Home » CT,만나다

[CT 人] 원광연 원장님

April.2010 No Comment

이번호 CT人은 우리 문화기술대학원의 원장이신 원광연 교수님이 선정되었다. 처음 기획회의 단계에선 지금까지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CT人 코너를 통해 한 번씩 소개되었기 때문에 다시 원장님을 인터뷰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막상 창간호부터 다시 살펴보니 정작 CT人 코너에서 원광연 교수님을 인터뷰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터뷰를 위해 N2동의 연구실로 찾아가자 교수님은 하시던 일을 멈추고 반갑게 맞아주셨다

원광연 교수님

안녕하세요 교수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CT人 인터뷰는 이번에 처음 하시는 거죠?

음, CT人 인터뷰는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우선 이번 학기에 수업을 상당히 많이 하고 계신데, 수업을 하시면서 느끼는 점을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세미나를 제외하면 수업을 세 개 하고 있는데, 그 중에 문화기술론부터 얘기하면, 그 수업은 전부터 내가 맡아오고 있다가 지난 해에 한 번 모든 교수님들이 나눠서 하는 특강 형식으로 진행해 봤는데, 의외로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더라고요. 아마 문화기술대학원에 오래 있던 학생들이라면 그런 수업 방식에 잘 적응했겠지만, 상대적으로 신입생들에겐 너무 다양한 정보를 접하는 것이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다시 제가 문화기술론을 맡게 되었어요.

그 외에는 디지털 미학과 HCI 수업을 하고 있는데, 이 수업들은 CT자체가 학제적인 분야인 만큼 같은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게끔 하는 훈련을 시켜주기 위해 다른 여러 교수님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디지털 미학 같은 경우엔 전통적인 미학을 다루기 보단 디지털 시대에 미학 자체가 어떤 식으로 변화하고 있는가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우성주 교수님은 전통적인 측면에서, 나는 디지털적인 측면에서 접근함으로써 학생들에게 균형 잡힌 감각을 길러주고자 합니다.

HCI는 말 그대로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것인데, HCI 분야 자체가 시작부터 기술, 디자인, 사회과학, 인문학 등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접근 해나가고 있는 것이니만큼 이번 수업에서는 디자인적인 관점, 인간공학적 관점, 그리고 기술적 관점에서 각 교수님들이 접근함으로써 학생들에게 HCI가 단순히 어느 한 분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끔 해주고자 합니다. 저는 이런 방식이 우리 대학원 수업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문화기술대학원이 정식으로 설립되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많은 학생들을 지도하셨는데, 다양한 학생들을 보시면서 느낀 점들을 말씀해주세요.

저는 학생 한 명 한 명이 다 기억에 남고,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다양한 장점과 잠재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잠재성을 뽑아내서 부각시켜주는 것이 학교에서 할 일이겠죠. 나중에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 자신의 전문분야를 스스로 개척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안 그래도 지난 주에 서울에서 졸업생들이 다 함께 모이는 자리를 갖게 되었는데, 대학원에 있는동안에는 여러 가지 고민도 많고 힘들었겠지만, 현재 사회에 나가서 하는 일을 보면 다들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유네스코에서 일하는 학생도 있고, 다음이나 NHN, 넥슨,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다양한 곳에서 디자인, 기획, 기술 등 다양한 자신의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교수로서 이렇게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자기 몫을 한다는 것이 정말 보람 있고, 앞으로도 우리 학생들이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는 일들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관심을 갖고 계신 연구 주제나 주목하고 있는 이슈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나는 꼭 내가 직접 하는 게 아니더라도 우리 대학원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할만한 일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 그 중에서도 나는 엔지니어인 만큼 디자인 같은 분야보단 기술 개발 쪽에 아무래도 관심을 갖게 되죠. 최근에는 특히 애플이나 여타 성공적인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낸 회사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기술보다 콘텐츠나 기획의 중요성이 이슈화되고 있는데, 나는 이게 너무 당연한 얘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사례들의 중요한 전제조건은 관련된 분야의 기술력이 이미 확보되어 있다는 것이죠. 이미 기술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고 또 중요한 것이죠. 하지만 아직 우리는 기술이 확보되지 못한 부분도 많고, 만약 기술이 있다 하더라도 계속 발전하고 변화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미 어느 정도 이슈화되어 있는 것은 굳이 대학에서 관심을 갖고 할 가치가 크지 않다고 봐요. 예를 들어 앱스토어와 같은 이슈도 학교에서는 굳이 다룰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미 산업체들에서 많은 훌륭한 인재들이 그 분야의 전문적인 일을 하고 있는데 그걸 굳이 학교에서 연구하고 배우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거죠.

내가 지금 이 시점에서 문화기술 분야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차세대 인터넷에 기반한 서비스와 콘텐츠에요. 현재보다 인터넷 스피드보다 10배 크게는 1000배 정도 향상된다면 그건 단순히 고화질 영상을 빠르게 전송하거나 높은 사양을 요하는 게임을 쾌적하게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나 콘텐츠 자체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 기술은 계속 점진적으로 발전하더라도 서비스나 콘텐츠는 텍스트에서 사운드, 영상으로 변화하듯 어느 시점에서 퀀텀 점프가 일어날 수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인터넷 스피드가 꾸준히 향상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나올 수 있는 서비스나 콘텐츠가 무엇이 있을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학생들도 지금 당장 유행하는 것만 따라가려고 하기보단 5년~10년 후에는 어떤 식의 변화와 융합이 발생할지 – 예를 들어 교실과 거실의 융합이라든지 – 를 고민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개척해나가기를 바랍니다.

CT에는 영화나 음악, 게임 등 문화콘텐츠에 대한 자기의 취향이 분명한 사람들이 많은데, 교수님이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봤던 작품은 무엇일지 궁금하네요.

음,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보도록 추천할 작품이 아니라 단순히 내 개인적인 취향을 묻는 거라면, 영화는 《The Godfather》를 들 수 있겠네요. 유명한 작품이라 대부분 보셨겠지만, 저는 1편, 2편이 정말 좋았어요. 3편은 좀 어수선하고… 그 작품을 볼 때마다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능력에 대해 생각하게 되요. 제가 특히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건, 그 감독이 그 작품을 만든 것처럼 계속 다른 작품들도 잘 만들었으면 정말 굉장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거죠. 그걸 보면 개인의 능력을 정말로 활짝 피우는 것은 평생 동안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요. 아무튼 《The Godfather》가 캐릭터나, 음악, 스토리텔링, 주제의식 등 여러 면에서 제가 본 영화 중에서 베스트였던 작품입니다.

책에 대해서도 얘기하자면, 저는 사실 소설보단 교양서를 많이 봐요. 특히 예술과 과학 양쪽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책들을 많이 보는 편이고, 특히 미술관련 서적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는데 그건 내 일과 직접 관련이 있다기보단 그냥 나의 취미에요.

원광연 교수님

지금까지 문화기술대학원을 만들고 계속 이끌어오셨는데, 그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라든지, 관련된 경험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대학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항상 처음 할 때, 그리고 레퍼런스가 없는 일을 할 때에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죠. 그런 시행착오를 가급적 줄이는 것이 대학원의 관리자로서 내가 할 일이지만 그것이 아예 없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문화기술대학원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이것도 쉽지 않은 문제죠. 워낙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으니깐요. 우리 대학원의 모든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공통된 키워드가 무엇일까요? 하나를 꼽아라 하면 그건 분명히 ‘문화’일 거에요. 어떤 사람은 기술적인 관점에서, 누구는 예술적인 관점에서, 또 다른 사람은 사회과학적, 인문학적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문화’가 있겠지만 결국 모두 문화라는 공통분모적인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우리 대학원이 ‘문화’에 대한 서로 다른 방법론들을 균형 있게 다룰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와 비슷한 관심을 가진 대학원들이 외부에도 많지만,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특별히 어느 한 쪽 측면에 구애 받지 않고 융합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그런 사람들을 길러낼 수 있는 문화기술대학원 고유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마디 부탁 드리겠습니다.

학생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모험을 하기 위해 온 걸로 알고 있다. 그러면 좀 더 모험을 해라.’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에 안주하려 하지 마세요. 그럴 생각이면 사실 자신의 원래 전공에 맞는 대학원에 가는 게 더 좋을 겁니다. 이곳에 와서까지 지금 자기가 잘 하는 일만 계속 하려고 하지 마세요. 모험에는 실패와 고통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그것을 감수하고 정말로 모험을 하는 학생은 별로 본 적이 없어요. 자기에게 필요한 새로운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결국에는 원래 자기가 가지고 있던 것에 안주하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 마디 덧붙이자면 저는 자신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교를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창한 생각을 가질 필요 없어요. 철저하게 자신을 위해서 모험을 하세요. 남에게 해를 끼치지만 않으면, 결국 그렇게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이 사회를 위한 것일 수도 있고, 국가를 위한 것이 될 수도 있는 거에요. 여러분이 그렇게 자신을 위한 모험을 하면, 제가 옆에서 도와주겠다고 학생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윤상섭 기자 (yoonsangsup@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