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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OUT터뷰] ‘윤종수 판사’

May.2010 No Comment

문화기술대학원 밖, CT인을 만나는 CT 프레스 5월호 CT-OUT터뷰에서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코리아’의 윤종수 판사님을 만나 ‘창작과 나눔의 즐거움, 자유문화’라는 주제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CC Korea와 KAIST 문화기술대학원은 MOU를 맺은 관계이기도 하죠. 먼저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코리아는 한국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코리아'의 윤종수 판사님

CC는 누구나 자신의 창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내용의 간편한 자유 라이선스 시스템인 CCL(Creative commons License)을 보급하는 비영리단체입니다. 이용자들은 저작권자가 제시한 몇 가지 조건만 준수하면 저작권침해의 두려움 없이 다른 이의 창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되죠.

CC Korea는 2005년 3월에 CCL의 한국어판을 런칭한 이후 국내의 열린 문화(Open Culture)를 만들고자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음, 네이버, 네이트, 파란 등 대표적 포탈사이트를 포함한 다수의 온라인 사이트에 CCL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급하여, 현재 다음 블로그/카페, 네이버 블로그/카페 등에서 네티즌이 직접 만든 컨텐츠에 CCL를 간단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공공콘텐츠의 개방을 위한 CCL의 적용 프로젝트, 학술콘텐츠의 자유로운 접근과 활용을 위한 OER(Open Education Resource)과 오픈 억세스(Open Access)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으며, 음악의 리믹스, 미디어아트 분야에서도 CCL을 이용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콘텐츠에 CCL을 적용해서 좀 더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하고자 하는 기업체나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는 아티스트, 예술가단체, 미디어에게 CCL의 활용에 관한 아이디어와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참여, 개방, 공유의 창작문화를 실현하고자 워크숍, 세미나, 컨퍼런스, 웹사이트 구축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활발히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CCL을 이용한 멋있는 프로젝트들이 자발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저희는 오픈 문화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지지하는 다양한 자원활동가들을 주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부터 IT업계종사자, 교수, 법률가, 아티스트 등 다양한 분들이 참여하고 있는 오픈 커뮤니티로서 국내의 열린 문화(Open Culture)의 조성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http://www.creativecommons.or.kr) 과 발룬티어 커뮤니티
사이트(http://vc.cckorea.org)를 참조하세요.

최근의 TED 열풍이나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를 들여다보면 ‘소유’ 보다 ‘나눔’의 가치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듯 한데요. ‘나눔’이라는 행위, 혹은 정서와 ‘문화’는 어떤 관계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나눔의 가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아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지식과 정보의 공유는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그럼으로써 새롭고 혁신적인 문화가 창조되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와 경제가 고도화되고 지식과
정보의 재산적 가치가 중시되면서 지식과 정보의 배타적인 관리가 강조되고 지적 재산의 보호에 중점이 주어져 왔습니다. 그럼으로써 나름대로 정보경제가 모습을 갖추었지만 지식과 정보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시스템은 많은 부작용을 드러내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과 인터넷 기술은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수많은 지식과 정보의 생산이 가능해지고 공유와 나눔이 용이해지면서 새로운 혁신을 끌어내기 위한 인프라와 가능성이 모든 이에게 제공 된거죠. 사람들은 다시 한번 정보와 지식의 나눔이라는 행위가 문화의 핵심이자 자연스러운 본질적 가치임을 깨닫고 모든 이에게 주어진 열린 인프라를 이용해 맹목적이고 갇힌 시스템에서 이룰 수 없었던 문화의 형성과 향유,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게 된 것입니다.

윤종수 판사님이 생각하시는 ‘만지작거리기(tinkering)’는 어떤 의미일까요? 로렌스 레식 교수가 말하는 ‘No remix, no culture’ 와도 같은 맥락일까요? 많은 사람들의 미디어 리터러시가 높아지면 문화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만지작거리기(tinkering)는 인간의 본능적인 유희이자 지적 창작의 원초적 행위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감성과 생각을 나타낼 수 있는 뭔가를 자꾸 만들고 표현하려 하고, 다른 사람의 창작물에서 그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느끼고자 합니다. 이러한
행위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지적 행위이지만 어느덧 문화라는 것이 프로페셔널한 생산자(producer)에 의한 창작물을 수동적인 보통 소비자(consumer)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대로 소비하게 되는 양상으로 굳어지면서 이른바 보통 사람들에 의한 문화창작은 경제적, 기술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거나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저급한 장난으로 치부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등장은 소비자에 불과하였던 사람들로 하여금 문화창작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정보와 자극을 서로 나눌 수 있게 하였고, 비용 제로의 배포시스템은 창작을 통한 타인과의 교류를 가능하게 하면서 그 동안 무시되거나 깨닫지 못했던 문화적 인간으로서의 본능을 깨운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들의 보통 관념은 아직까지도 전문적인 고급문화에 더 많은 가치와 의미를 두고자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지작거리기(tinkering)를 하는 새로운 창작자들도 스스로 자신의 그러한 행위의 의미를 폄하하는 경향이 있고 뭔가 그럴싸하고 완성된 창작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느껴집니다. 그러나 창작과 문화라는 것은 일련의 여러 단계의 행위들이 서로 자극하고 자극 받고 하면서 전체적인 모습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만지작거리기(tinkering)는 문화의 기본이자 문화 생태계에 참여하게 되는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리믹스(remix)는 단순한 흉내내기나 모방이 아니고 그 창작자와의 문화적 교류이자 새로운 창작행위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미디어 리터러시가 높아질수록 그 개인의 자기표현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고양될 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의 문화적인 양과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한 기반 위에서 좀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전문적 상위레벨의 고급문화도 풍성해질 수 있는 것이죠. 그럼으로써 문화는 다양성과 깊이를 함께 가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UCC의 창작과 만지작거리기가 가능해질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작업들이 가능해질 수 있는 다양한 소스의 제공과 접근이 보장될 필요가 있는데 CCL 바로 그런 점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라 봅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온라인 상에서 ‘저작권’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이슈가 될 텐데요. CCL 운동이 현재까지 이뤄낸 것,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있다면 어떤 방향일까요. 혹시 앞으로 CCL 이외에 또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CCL이 이루어 낸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CCL은 새로운 법이나 제도를 만든 것도 아니고 기술적으로 강제하는 장치도 아닙니다. CCL은 그 동안 사람들이 잊어왔던 지식과 정보의 본질적인 자연스러운 모습이 무엇이었는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그럼으로써 좀더 현명하고 가능성 있는 시도들이 나올 수 있도록 문화적 자극을 준 것입니다. “아하, 저작권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는 게 CCL을 처음 만났을 때 들었던 생각이었지요. 그러한 자극과 깨달음이 지금 각 분야에서 구체화되고 있고 나름대로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균형 잡힌 접근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작권은 계속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이슈가 될 것입니다. 물론 각자의 이해관계와 두고 있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합일된 방향보다는 갈등과 다툼이 계속될 여지도 많습니다. 특히 기술의 발달은 당사자들의 힘과 역할에 변화를 주고 새로운 환경에서의 전통적인 저작권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할지 많은 논란을 가져올 것입니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다소 희망적인 것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좀더 구체화되고 있고 새로운 환경에서 좀더 나은 시스템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들이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결국 당사자들과 제도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선택할 문제이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의 제공과 현신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들이 계속 될 필요가 있습니다. CC는 이러한 정보의 제공과 다양한 실험을 통해 좀 더 현명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애쓸 겁니다. 또한 아티스트, 기업, 이용자, 공공섹터 등의 다양한 당사자들과의 협력과 공동작업을 통한 참여도 계속할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CCL이 좀더 대중화되고 그 인지도가 높아져야 할 필요도 있어 온라인이나 인터넷에 국한되지 않는 좀더 넓은 영역에서 CCL을 홍보할 계획입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저작권과 CCL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도 계속 시도하고자 합니다. 그와 함께 전세계 CC 네트워크를 통한 국제적인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입니다.

물론 그밖에 다양한 시도들이 고민되고 시도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령 공공콘텐츠나 교육콘텐츠 등 특수한 영역 콘텐츠의 CCL 적용을 법적으로 제도화 한다거나 더 나아가 최근에 떠오르고 있는 확대된 집중관리제도(Extended Collective License) 나 대안적 보상체제(Alternative Compensation System)와 같이 권리를 배타적 권리가 아닌 보상청구권으로 전환하여 적절한 보상 하에 자유로운 이용을 허용하는 방식도 계속 논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와 함께 이용자들이 좀더 편하고 저렴하게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도 연구되겠지요. 앞으로 이러한 다양한 시도들이 계속 화두가 될 것이고 그럼으로써 저작권은 좀더 다양한 모습을 갖춰가리라 예상됩니다.

윤종수 판사님은 트위터 (@iwillbe99), 미투데이 (me2day.net/iwillbe99)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정석 (jungsuk.lee@kaist.ac.kr, @jungsukyi ; 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