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OVER STORY, CT News

[Cover story] 첫 번째 꼭지:완전연소와 레이브 파티

October.2010 No Comment

완전연소를 통해 알아보는 레이브 문화

마이클 윈터바텀은 그의 영화 24시간 파티 피플 (24 hour party people)에서 1970년대 말 영국 펑크음악의 등장에서 레이브와 애시드를 이끌었던 클럽 하시엔다가 문을 닫는 1992년까지, 맨체스터를 중심으로 한 음악적 한 시대의 초상을 담아낸다. 영화는 그 당시의 맨체스터가 매드체스터로 불릴 정도로 광란의 폭풍과 같았던 뮤지션들의 흥망성쇠를 보여준다. 시간이 흐른 지금 맨체스터는 축구팀으로 기억되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시도와 정신은 또 많은 예술을 탄생 시키는 밑거름이 되었다. 시대적으로 기존 세대와 체제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젊음이 발산될 때 새로운 예술이 탄생한다. 그리고 그 정신을 이어받아 파티는 계속 되고 새로운 실험적 시도 또한 계속 무대에 오른다. 문화기술대학원에서는 매년 축제 때 모든 KAIST인이 손꼽아 기다리는 레이브 파티 ‘완전연소’를 기획한다. 2006년, 새로운 파티를 직접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로 발족된 기획단 ‘24시간 파티피플’의 정신 또한 이어져 이번에 5회를 맞이한 ‘완전연소’는 싸늘해진 9월 밤의 공기를 뜨겁게 연소시켜버렸다. 이번 커버 스토리에서는 9월 14일, KAIST축제 기간 중에 문화기술대학원 학생들의 기획으로 이루어진 완전연소와 레이브(Rave) 파티에 대해 다루려 한다.

2010 완전연소, 판타지아

레이브는 1980년대 말 젊은이들에 의해 시작된 반 합법적인 창고 파티에서 비롯해 지금의 클럽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3월 홍익대 앞의 테크노 클럽에서 시작되어 이제 클럽 문화는 락(Rock) 음악으로 대변되던 젊음을 표출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무대 위의 퍼포머가 메세지를 전달하며 이끄는 리더가 되고, 락 공연이 따르는 관중이 있는 반면 레이브는 자신이 파티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에게 몰입한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즐기기를 요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즐겨 보지 않고서는 레이브 파티는 몽롱한 눈빛으로 움직임을 반복하는 이해 할 수 없는 문화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조금 더 이해하면 이러한 클럽 파티 또한 다양한 면에서 기존의 틀을 깬 새롭고 흥미로운 시도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완전연소가 열리는 창의학습관은 원래 강의실과 KAIST의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장소로 1년에 한번 완전히 다른 곳으로 탈바꿈 한다. 이처럼 초기의 레이브 파티는 새로운 기존의 파티 장소에서 벗어나 창고는 물론, 비행기 격납고, 농장의 천막 등을 활용하여 장소의 틀에서 벗어났다. 또한 무엇보다 음악의 연주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 이미 레코딩 된 음악이나 라이브 가수의 공연이 아닌 즉흥적으로 리믹싱, 샘플링을 통해 만들어낸 새로운 사운드가 연주된다. 이는 음악을 새로운 방식으로 향유하는 패러다임을 가진 세대와 그들의 꿈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낸 성과라 할 수 있겠다. 이번 커버 스토리에서는 이러한 클럽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시공간을 초월한 장소로 만들기 위한 시각적 요소를 만들기까지 어떠한 문화기술이 숨어있는지 알아본다.

 

레이브는 장소적인 면이 주는 제약에서 벗어나 음악이 주는 공간감을 극대화한다. 밤새 춤을 추기 위해, 무엇보다 미니멀하고 최면적인 반복을 통해 스스로 무아지경 (트랜스, trance)에 빠져들기 위한 테크노 음악이 주로 공간을 강타한다. 조금 듣다 보면 쉽게 그 다음을 예측 할 수 있는 반복되는 리듬과 멜로디는 조금씩 춤을 추는 사람의 예측에서 벗어나 최고조에 이르고, 마침내 발산된다. 이는 인간의 쾌감를 극대화 하는 생물학적 모델이기도 하다. 기존의 음악 소스를 자유롭게 사용하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DJ들의 끊임없는 시도와 창의성이 중요하다. 스스로 만드는 파티! 완전연소를 위해 2006년 시작부터 문화기술대학원에서는 문화기술대학원 학생과 동아리 언더메니아를 대상으로 DJ School이 열려 새로운 DJ들을 양상 하고 있다. 특히, 4월로 예정되어 있었던 이번 축제가 9월로 미뤄지면서 어느 때보다 많은 연습을 갈고 닦은 DJ들을 커버스토리에서 만나 보았다.

무엇보다 레이브 문화만이 가진 가치는 주류 문화의 경직성에 대한 반항성 외에도, 동일한 음악을 기호로 즐기는 사람들이 현실과 격리된 시공간 내에서 기존 사회적 구분을 초월한 판타지아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실력과 파트너를 통해 서로의 계급을 판단하던 사교댄스와 달리 클럽에서는 개개인이 각자의 스타일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같은 리듬에 들썩이는 군무의 형태를 보인다. 역사적으로도 흑인 음악에서 뿌리를 둔 레이브 음악이 어떤 음악과도 쉽게 결합된다는 점, 또한 펑크록처럼 레이브 문화에서도 사회적으로 약자 계급이었던 여성이 적극적인 문화 주체로 부상한다는 점, 소수 집단인 게이 그룹에서 레이브가 열광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원래 레이브의 본질적 속성이 평등주의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뉴스에 보도된 마약과 자본으로 변질된 레이브 문화의 부정적인 면들로 인해 레이브 문화의 가치가 가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완전연소는 드랙퀸(drag queen)의 등장과 파티 퀸 선발 등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해 이러한 초기 레이브 문화의 다양성과 평등성의 가치를 추구해 나가려는 노력이 돋보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박성민 기자 (park@kaist.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