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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인 따라잡기] 졸업생 탐방 : 박성민 동문

December.2013 No Comment

이번 달 “CT인 따라잡기: 졸업생 탐방”에서는 현재 프랑스 국립과학원(CNRS, Centre National de la Recherche Scientifique)에서 포닥(Post-doc, 박사후) 과정으로 지속적인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박성민 동문의 스토리를 기획하였다.

박 동문은 학부에서 미디어학를 전공하고, CT에서는 2004년에 “컨템포러리 회화 작품 감상시 작품정보가 감상자의 미학적 경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지과학적 연구(Neuroimaging study for the effect of information about paintings on aesthetic preference for contemporary paintings)” 로 석사학위를, 2012년에 “미술작품의 미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와 그 신경기저에 관한 연구 (Neural underpinnings of factors influencing aesthetic judgment of artworks)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 Lyon 시청, 2013 여름 >

어떻게 인간이 미술 작품의 아름다움을 인식하는지를 연구하였던 신경미학(Neuroaesthetics)에서의 질문에서 나아가, 포닥 과정에서는 신경경제학(Neuroeconomics) 분야로 이 질문을 확대하여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신경경제학은 행동경제학의 게임이론을 실험 방법으로, 미시경제학의 질문들, 즉 개인이 경제적 주체로써 어떻게 최선의 결정을 하는가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박성민 동문은 사회 구조 안에서 개인의 결정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 하고 있는 연구는 “책임”과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CT에 있을 때 어떠한 환경에서 우리가 협력하고 배신하는가에 대하여 공공재게임(Public goods game)을 통하여 했던 실험의 연장선상에서, 지금은 어떤 집단의 구성원들이 그 집단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때, 각 개인은 더욱 협력할지 혹시 배신에 민감하게 결정을 하게 되지는 않을지를 인간의 두뇌 활동을 수학적 모델로 이해해보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현재의 연구주제에 천착하게 된 과정에 대해 박성민 동문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문화기술대학원이 시작될 때는 30여 명이 채 안 되는 사람들의 집단이었다. 정해진 것은 없었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석사 1년간 가치있는 연구 주제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박증처럼 머물렀다. 그 강박은 ‘그렇다면 대체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낳았다. 그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뇌과학을 배우기 시작했다. ‘인간은 무엇에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것이 왜 가치있다고 느끼는가?’에 답 하고자 했다. 융합을 위해 협업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먼저 내 안에서 두 분야 이상의 통찰을 가지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먼저 틀을 깨고 나와 융합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대학원 재학시절이 그러한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 할 수 있는 유일한 때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 과정에 성실하고자 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모든 시행착오는 빠뜨리지 않고 다 한 것 같다.“ 더불어, 혹시 CT 학우들 중에 연구하는 중에 힘들고,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렇다면 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힘들게 숨겨놓은 미스테리를 거꾸로 풀고자 하는 것이 연구의 속성인 것 같고, 자연스럽게 되는 일이 아니기에 더더욱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CT 학우들에게 연구과정이 힘들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고, 응원하고 있다고 전해달라 하였다.

< 연구실 사람들과, Lyon의 연구실 2013년 봄 >

박 동문이 현재 포닥 과정으로 소속되어 있는 곳은 프랑스 리옹(Lyon)에 위치하고 있는 국립과학원 Institute of Cognitive Science Center의 Cognitive Neuroimaging Laboratory(CNRS) 소속의 Reward and Decision Making 연구실이다. 이 연구실에는 인간이 무엇에 가치를 느끼고 어떠한 결정에 도달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철학, 전산, 물리학 등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뇌과학 연구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 함께 소속되어 있는 연구자들의 현재 연구 주제와 과거에 공부한 것들을 알게 되면, 각자가 자신의 질문을 풀기 위한 방법으로 뇌과학을 선택하게 되어 이곳에 모이게 되었음을 깨달을 수 있다고 하며, 박 동문은 “뇌과학은 태생이 융합적이며, 결국 우리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찾아나가는 학문으로써 새로운 인문학”이라고 덧붙였다.

CNRS는 프랑스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 센터를 두고 있으며, 자연과학에서부터 사회 과학과 인문학까지도 아우르고 있다. 정직원이 된다면 어느 분야든 어느 곳의 센터든 프로젝트에 따라 유동적으로 이동 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자유로운 연구활동을 보장하고 있는 제도 중 하나이다. 프랑스의 경우 일년에 최소 45일의 바캉스 휴가를 통해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 포닥에게 과학자 비자를 발급해 행정절차를 간소화 해주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같은 질문에 답하고자 하는 소규모의 연구자 그룹이 존재하고, 그들이 나를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해 주는 네트워크로 연결되어있다는 점이 현재 연구환경의 장점이라고 꼽았다.

포닥 과정에 지원하기 위해 준비할 사항과 방법에 관한 조언을 요청하는 기자의 질문에, 자신이 무대포로 달려들었기 때문에 이 질문에 답을 할만한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겸양의 말을 하였지만, 박 동문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데에 말을 아끼지 않았다. 포닥 과정으로 연구를 계속 해나가고 싶은지에 대해 스스로 답을 구하는 과정이 우선시 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이런 것들이 지원시 제출해야 하는 “Research Statement” 등을 통해 드러나게 되는데, 자신이 했던 연구에서의 질문과 과정이 다른 연구자가 보기에도 재미있고 합당한지, 그리고 공동의 관심사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박 동문은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전세계의 연구자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이메일 리스트에 있는 게시물 중에 자신이 많이 참고하던 논문의 저자가 소속되어 있는 연구실에서 포닥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으로 포닥 지원을 하였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연구실을 정해서 미리 본인의 연구를 소개하고, 공동으로 펀드를 준비하는 능동적인 경우도 많다고 한다. 현재의 연구실에 선발될 때에는 온라인 인터뷰와 학회장에서 열리는 오프라인 인터뷰를 거쳤다고 한다. 그는 “박사 학위란 연구 면허증입니다. 초보 박사들은 다들 연구에 있어서의 초보운전자인 것이죠. 하지만, 주체적인 연구자입니다. 어디에 속한다기 보다는 본인과 협력할 사람을 고르는 과정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 Workshop, Grenoble, France 2012 겨울 >

학업과 관련하여서는, 좋은 질문을 가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미 최전선의 연구는 많은 분야의 융복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정말 중요한 질문들은 원래 한 분야 안에 국한되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통합이 마치 CT의 전유물인 것처럼 생각하지 말고, 원래 CT의 시작, 즉 어떻게든 틀을 깨고 더 가치있는 질문에 답해보자라고 하는 것을 잊지 말라. 통합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CT 재학생일 때에는, 흔하지 않은 학과 이름으로 인해 무엇을 하는 학과라는 질문을 많이 받을 수 있지만, 오히려 졸업하고 나면 “출신학과”라는 것이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에 영향을 준다기보다는 자신이 연구를 통해 답하려 했던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에 답하고 싶은지가 더 중요한 부분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질문은 100년 후의 누군가에게도 궁금할 정도로 어려워야 하며, 그래서 답은 나오지 않지만, 더 좋은 질문을 하게 해주는 것 같다고 하였다.

학자로서의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CT인들에게, 박 동문은 학계에서의 소통은 전통적인 방식인 글이 주가 된다는 점에서 좋은 글을 쓰는 능력을 기를 것을 조언하기도 하였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전달하는 능력은 좋은 글을 씀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저널에 연구를 발표하기 위해서는 영어 능력도 필요하지만, 독창성을 가진 깊은 생각과 논리를 통한 객관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수행하고 있는 각 프로젝트가 서로 동떨어져 있고, 발표만 하고 글로 발표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연결성을 가지고 “나는 누구고, 이 프로젝트들에 공통으로 나를 담아내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생각하라고 조언 하였다. 또한 가능하면 글로 남겨보는 습관을 가져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 하였다. 박 동문은 네트워크를 활용하라며, 전체적인 약한 유대(week-tie)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한편, 자신의 연구를 잘 알고 거침없이 비판을 해줄 강한 유대(strong-tie)를 가질 것을 조언하였다. “박사과정을 다시 한다면, 글을 많이 써서 주변 친구들뿐 아니라, 지도교수님, 그리고 전세계의 학자들에게 많이 보이고 피드백을 받는데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재학시절을 회고하였다.

박 동문이 마지막으로 CT 재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선생님들이 있다는 것이 학생의 특권”이라는 이야기였다. 자신이 학생일 때 질문을 하지 않은 것, 또는 궁금해도 아예 물어보지 않은 것들을 지금의 학생들이 자신에게 가져온다고 한다. 진작 선생님들께 물어볼 걸 하는 후회와 함께,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학생들보다 더 오랜 시간 뭔가를 찾아보게 되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노크로 작용하여 기존 틀을 깨고 나오게 한다고 하였다. 자신의 재학시절 형, 누나들, 그리고 교수님들이 보시기에 이 대답들이 어찌 보일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하면서도, 내 진심을 알아 주실거라 믿는다면서 “사람은 자신의 과거와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미래를 위한 결정을 한다. 졸업 이후의 나는 과거의 나에게 이야기를 듣는다. 아마 CT를 지나갔던, 지나갈 분들 모두 그 때의 본인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듣게 될 것 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아직 여러분과 그 곳에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근영 기자 keuny@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