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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만나다] 음악을 사랑하는 공대남, 정다샘

January.2014 No Comment

음악을 사랑하는 공대남, 정다샘

 

1. 자기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3 봄학기에 CT에 석사과정으로 입학한 정다샘이라고 합니다. 학부는 카이스트 기계공학과를 나왔구요, 현재는 AIM Lab에 있습니다. 취미로는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하고 음악을 듣거나 공연 보러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2. 첼로는 언제부터 배우셨나요?

중학교 2학년 때 악기를 하나 배우고 싶어했는데요, 그 때 부모님께서 첼로를 추천해주셨고 또 주변에 친한 첼로 선생님 계셔서 배우게 되었어요. 대학와서도 레슨을 일주일에 한 번씩 받곤 했고요. 지금은 카이스트 오케스트라에서 첼로 단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3. 어떤 계기로 CT에 진학하게 되었는지?

사실 고등학생 때 카이스트 학부를 지원할 때부터 CT에 관심이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공학으로 음악을 연구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거든요. 그 전에는 과학을 공부하면서도 제가 미래에 뭘 연구하고 싶은 건지 별 생각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음악을 연구하는 것이 딱 내가 원하던 길이라는 걸 발견한 거죠. 그 와중에 홈페이지를 통해 CT를 알게 되서 정말 기뻐했어요. 그래서 학부 면접 때도 나중에 CT에 진학하고 싶다는 말을 했어요. 그 말을 들은 면접관 교수님이 “그럼 영화 <D-War>에 대해 문화콘텐츠 적으로 비평해보라”라는 질문을 던지신 게 아직도 기억이 나요.

학부를 들어와서는 정작 대학원에 대한 고민을 별로 안 했는데 졸업할 때쯤에는 다시 고민이 생겼어요. 기계과에도 소리와 음향을 연구하는 랩이 있으니까요. 고민 끝에 CT가 저와 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제가 음악을 많이 좋아하는 게 기계과 대학원 생활을 하면 마이너스 요소가 되겠지만 CT에선 플러스 요인이 될 거라는 점이었어요. 제 자신의 중요한 부분을 단점으로서 버리고 싶진 않았어요.

4. D-War에 대한 질문은 잘 대답하셨나요?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당시 제가 관심있게 챙겨본 영화였고 진중권 씨의 독설로 한창 이슈가 되었던 <100분 토론>도 보기도 해서, 그 영화의 아쉬웠던 점을 얘기했던 기억이 나요. 다행히 잘 넘어갔던 거 같아요.

5. 카이스트의 학부생활과 석사 생활을 비교한다면?

석사 생활이 훨씬 재미있어요. 배우는 모든 과목이 다 제 관심 분야와 연결이 되니까요. 어쩌면 학부 때 잊어버린 수업 듣는 재미라는 걸 다시 찾은 것 같아요. 개인적인 시간 배분이 많이 자유로워진 것도 좋아요. 덕분에 학부 때보다 공연도 훨씬 자주 보러 다닐 수 있었어요.

6. 현재 연구 주제(관심사)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네요. 작년에는 분야를 좁혀서 생각했었는데 이번 방학 동안 여러 논문을 읽으면서 시야를 다시 넓히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조금 뭉뚱그려서 설명을 드리자면 클래식 감상자를 위한 툴을 만들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클래식을 사람들에게 더 잘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거죠.


예를 들면 지금 연주되는 음악이 악보의 어떤 부분인지 보여주면 듣는 사람이 훨씬 집중하기 쉬워요. 이걸 수많은 악보와 녹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소리와 악보를 자동으로 매칭하는 기술이 필요해요. 또 악보를 보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 좀 더 쉽게 시각화하는 것도 중요하죠. 여기에 추가로 곡의 구조 같은 걸 자동으로 분석해서 보여줄 수도 있어요. 지금 나오는 선율은 언제 나왔던 선율이고, 어떻게 변형되어서 나오는 것인지 감상자에게 친절하게 보여주는 거죠. 저번 학기에는 음악학회에 바그너에 관한 논문을 내서 이것과도 결합을 시켜보고 싶어요. 바그너의 작품은 분석할 요소가 매우 다양하고 방대하기 때문에 이를 전달하는데 특화된 프로그램을 언젠가 만들어보고 싶어요. 위에 말씀드린 연구 주제들도 다 결국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도구이구요.

7. 다샘 씨는 겉으로 보기엔 항상 차분하고 조용할 거 같아 보이는데, 발표할 땐(사람들 앞에 서면) 변신하는 거 같아요. 여유있는 모습으로 말도 조리있게 잘 하시고, 무엇보다 발성이랄까…목소리 톤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집니다. 청중을 사로잡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사실 제가 말을 정말 잘 못해요. 말도 빠르고 많이 더듬는 편이거든요. 이상하게 발표할 때만 잘하나 봐요. 발표 기회가 많아서 덕분에 많이 늘었던 것 같아요. 학부 2학년 때부터 신입생들을 상대로 리더십 수업을 한 게 벌써 열 학기를 했고 교양과목 조교를 할 때도 발표를 많이 했거든요.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1년 동안 학생 지휘자 역할을 한 것도 큰 도움이 됐어요. 남들 앞에서 끊임없이 설명해야 되는 역할이라서요.

발표를 하게 되면 발표 준비랑 연습을 많이 해요. 말하는 걸 녹음해서 들어보기도 하고 발표를 준비할 때면 매 순간 마다 발표 장면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제 스스로 푹 빠지면 좋은 발표가 되는 것 같아요. 이 내용이 정말 재밌고 신기하니까, 남들한테도 내가 느낀 그 중요성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노력하게 돼서요. 중요한 자리에서 발표를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한국바그너협회 모임에 강사로 초청되었는데 제 발표에 대한 책임감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걸 남들에게 발표하는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 나갈 수 있던 것이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발표하는 것이 재밌어서 앞으로도 계속 스스로를 발전시켜가고 싶어요.

8.CT에 와보니 “내가 공대 출신이니까 이런건 좋더라”와 “이건 좀 부족한거같더라~”하는게 있나요?

빨리 떠오르지가 않네요. 제가 원하는 걸 직접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은 참 좋아요. 반대로 주제를 떠올릴 때는 생각의 범위가 한정돼있다는 걸 느껴요. 저는 언제나 제가 쓰고 싶은 것, 제가 필요한 것 위주로 생각을 하거든요. 가끔 다른 사람들이 내놓는 아이디어를 보면 제가 절대 떠오르지 못할 것들이라 많이 감탄해요. 예를 들면, 문화기술론 수업 중 다른 조의 발표를 보면서 그런 생각도 했고요. 또 같은 조에서도 아이디어를 낼 때 사람들 간의 교감에 대한 고민을 하는 조원들로부터 그런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제가 그 동안 갖고 있던 틀에서 벗어난 생각과 아이디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9. 다시 대학교 1학년이 된다면 어떤 공부를 해보고 싶으세요?

전산과요. CT에서 1년 동안 모든 수업과 모든 프로젝트에서 코딩을 했어요. 제가 현재 관심 있는 분야도 대부분 프로그래밍이구요. 여전히 기초적인 수준의 실력이지만 프로그래밍 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는 걸 느꼈어요. 제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도 하구요. 제가 학부를 전산과를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해요.

10. 제일 좋아하는(존경하는) 뮤지션 혹은 음악인은 누군가요?

구자범 지휘자님이에요. 광주시립교향악단과 경기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셨어요. 2009년 광주에서 슈트라우스 공연을 본 순간부터 완전히 팬이 돼서 쫓아다녔어요. 특히 2010년에 광주에서 5.18 30주년 기념음악회로 말러 2번을 연주했을 때는 공연을 보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이 다큐멘터리로도 소개되었는데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어 관심 있으신 분들께 추천 드리고 싶네요.  개인적으로 정말 큰 도움을 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인간적으로도 정말 존경하는 분이에요. 지금은 부산에서 활동하고 계시는데 오페라 강연을 한다고 하셔서 다음 주부터 매주 부산에 다녀오게 생겼어요.

11. 졸업 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뭐든 클래식 음악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클래식 감상자를 위한 앱을 만든다든지, 음악학자나 연주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한다든지요. 결국 다 제가 쓰고 싶고 제가 필요한 것들이에요. CT와서 주제를 생각할 때 항상 기준이 제가 활용해보고 싶은 것인가 에요. 남을 위해 만드는 게 아니라 제가 쓰려고 만드는 거죠. 졸업하고 나서도 이 자유를 계속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문지원 기자 moon.jiwon@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