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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CT밖의 CT이야기] 피나바우쉬 [Full Moon] 공연과 [피나 3D] 영화를 함께 만나다

April.2014 No Comment

피나바우쉬 _ [Full Moon] 공연과 [피나 3D] 영화를 함께 만나다
장르 : 공연
일시 : 2014.03.28 ~ 31
장소 : 서울 LG 아트센터
관람시간 : 2시간 30분

<피나 3D>(2012) 특별 상영
장르 : 3D 영화
일시 : 2014.03.27 ~ 04.02
장소 :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

독일 표현주의 무용의 계승자, 현대무용의 거장인 안무가 피나 바우쉬의 <보름달 (Full Moon)>이 3월 28일부터 31일까지 서울 LG 아트센터에서 공연되었다. 피나 바우쉬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직접 내한 공연으로, 1979년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첫 한국 공연을 하고 그 뒤 2000년에 <카네이션(Nelken)>을 시작으로 2005년까지 5번의 공연을 한국에서 가졌었던 이후, 이번이 일곱 번째 내한 공연이다. 이번 공연 <보름달 (Full Moon)>은 검은 무대 위에 거대한 바위, 쏟아지는 물줄기, 발목까지 참방거리는 물 속에서 이루어지는 작품으로, 2012년 빔벤더스의 3D영화 <피나 3D>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2009년 피나 바우쉬가 암 선고를 받고 5일 만에 세상을 떠난 뒤에도 부퍼탈 탄츠테아터는 전 세계의 초청을 받으며 피나 바우쉬의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를 통해 우리는 여전히 피나 바우쉬의 작품을 무대에서 만나 볼 수 있으며, 이번 내한 공연 또한 이제는 현대무용의 영원한 전설이 된 피나 바우쉬의 작품을 생생한 무대 위에서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Full Moon> 공연장면

이번 공연과 더불어 한 가지 더 의미가 있었던 것은, 내한 공연에 맞추어 특별 상영되었던 빔 벤더스의 3D영화 <피나 3D>이다. 빔벤더스는 1985년 피나 바우쉬의 전설적인 공연 <카페 뮐러>를 처음 보고 완전히 매료되어 그녀의 예술세계를 영화로 구현할 방법을 찾고자 했다. 오랜 세월 그 방법적인 것을 모색하던 중 2007년 칸 국제 영화제에서 록밴드 U2의 공연을 3D로 담아낸 영화 를 보고 3D 기술이야 말로 피나의 공연에서의 퍼포머들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생동감을 담아낼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피나와 함께 3D로 담아낼 대표작 4편 <봄의 제전>, <카페 윌러>, <콘탁트 호프>, <풀 문>을 엄선하고, 3D 촬영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 피나가 세상을 떠나게 되고 피나 없이 그녀와 그녀의 작품에 대한 작업을 진행한다. 그렇게 완성된 영화가 2012년 <피나 3D>이다.

<봄의 제전> 공연장면


<카페 뮐러> 공연장면


<콘탁트호프> 공연장면

피나 바우쉬에게 늘 같이 따라 붙는 말이 ‘탄츠테아터’라는 말 일 것이다. 탄츠(Tanz)테아터(Theater)는 영어로 ‘Dance Theatre’, 말 그대로 무용과 연극을 결합한 것으로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 발전된 양식이다. 헝가리 출신의 안무가 루돌프 폰 라반(Rudolf von Laban)에 의해 처음 그 개념이 사용되었고, 그의 제자였던 독일의 쿠르트 요스(Kurt Jooss)에 의해 발전되다 피나 바우쉬(Pina Bausch)를 통해 확립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형식적인 면에서는 기존의 고전발레 문법을 벗어난 자유로운 표현법과 연극, 무용, 무대미술, 의상, 소품 등의 융합이 특징이고, 주제적인 면에서는 일정한 플롯이나 스토리가 있기 보다는 현실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상황과 인간 내면의 감정, 사회적 이슈 등을 다루면서 현대 무용의 중요한 사조로 자리매김했다. 피나 바우쉬의 ‘탄츠테아터’는 연극와 무용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은 물론 바위, 흙, 물, 꽃, 동물 등 온갖 자연물을 무대에 올리는 파격적인 무대미술과 시를 읊거나 울부짖고 박장대소하고 숨소리를 사용하는 등의 실험적인 퍼포먼스로, 전형적인 예술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가장 전위적인 융합적 예술 개념의 최전선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주제로 만든 <러프 컷> 공연장면

영화라는 매체를 다루는 빔벤더스는 그녀의 공연에 매료되고 그것을 어떻게든 영화라는 장르로 옮겨오고 싶어 했다. 그러면서 영화적 문법으로 어떻게 재현해 낼 것인가를 고민했다. ‘육체성’과 ‘현장감’이 무대공연의 중요한 핵심이라면 영화에서는 ‘환영(illusion)’과 관객의 욕망을 대신하는 ‘카메라의 시선’이 그 핵심이다. 춤을 주제로 하는 무수히 많은 영화들이 있다. 또한 공연 실황을 녹화해서 잘 편집한 많은 동영상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춤을 비롯한 다양한 공연 문화를 현장에서 직접 라이브로 관람하는 것 뿐 만 아니라, TV, 영화, 동영상 등 영상이미지로 그 현장성과 육체성을 감상하는 것 또한 너무나 일반화 되어 있다. 빔벤더스는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에서 쿠바음악과 그 음악인들의 삶을 영화에 담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많은 음악, 춤 영화 영상들과는 다른 차원에서 피나의 공연을 영상으로 담길 원했다. 그 ‘육체성’과 ‘현장감’, 그 무용수들과 한 공간에서 호흡할 때만이 느낄 수 있는 ‘체감’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원했고 3D영화를 통해 그 가능성을 시도하고 구현했다.

<피나 3D> 중 한 장면

3D영화 <피나>는 무대공연을 영상화하면서 영화문법적인 측면과 영상기술적인 측면에서 피나 바우쉬의 무대공연을 재해석하고 영화적으로 재창조하고자 시도한다. 영화가 시작되면 무대 위의 준비 장면이 보여 지고 공연이 시작된다. 관객은 객석에 앉아 무대 위 공연을 보는 듯 하지만 이어지는 장면들은 컷이 나뉘고 분할되며 카메라의 앵글이 바뀌고 무용수의 몸과 얼굴이 클로우즈업된다. 관객은 무용수의 시선과 마주하기도 하며 그들 사이에 깊숙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카메라는 관객의 시선을 대신해서 무대 깊숙이 들어갔다 나오거나 방향을 바꾸며, 무대 위 실제 공연을 관람하는 경우라면 불가능했을 비현실적인 시선의 공간을 넘나든다. 섬세한 동작들은 물론 무용수들의 떨리는 근육, 표정, 땀방울,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는 것,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3D 입체 영상 기법은 그 ‘현장감’과 ‘몰입감’, ‘실재감’의 강도를 더하며 ‘하이퍼 리얼’한 감각체험을 제공한다. 3D영화 <피나>는 ‘환영’의 문법 속에서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그리고 ‘3D 입체 영상 기법’을 통해 실제 무대 위의 공연 관람에서와는 다른, 확장된 감각 차원의 공연 관람을 체험하게 한다.

<피나 3D> 중 한 장면

그러나 여전히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피나 바우쉬의 작품을 무대공연으로 보거나 첨단의 영상기술로 구현된 3D영화로 보더라도 그의 작품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동과 경이로움, 아름다움은 그 공연형식이나 기술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실존에 관한 문제, 자연과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여자와 남자, 외로움, 불안, 슬픔, 환희, 자유로움과 집착, 사랑 하고자하는 열망과 사랑 받고자하는 욕망 등 그녀의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예민하게 또는 격렬하게 무용수의 몸짓으로 드러나는 데에서 온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장르와 형식, 예술과 기술을 오가는 실험 작품들인, 피나 바우쉬의 무대 공연과 3D영화 <피나 3D>를 통해, 융합적인 학문과 기술을 연구하는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박정선 기자 ensep@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