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GSCT밖의CT이야기

[GSCT 밖 CT이야기]트로이카展, 과학에 감성을 입혀 예술로 만나다.

May.2014 No Comment

<트로이카 : 소리, 빛, 시간 - 감성을 깨우는 놀라운 상상>

장르 : 전시
일시 : 2014.04.10 ~ 10.12
장소 : 서울 대림미술관
관람시간 : 화~일 10시am-6시pm, 토 10시am-8시pm (매주 월요일, 추석연휴 휴관)
관람료 : 성인 5000원(대림미술관 온라인 회원 할인 3000원)

트로이카는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수학하면서 만나 13년 전부터 함께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에바 루키(Eva Rucky, 1976sus 독일 출생), 코니 프라이어(Conny Freyer, 1976년 독일 출생), 세바스찬 노엘(Sebastien Noel, 1977년 프랑스 출생) 등 디자인, 엔지니어링, 사진을 전공한 세 사람으로 구성된 아티스트 그룹이다. 트로이카는 2010년 상하이 월드 엑스포에서 영국 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국관을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 많은 관람객들에게 소개되어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으며, 이들의 작품은 런던 빅토리아-앨버트 뮤지엄과 테이트 브리튼, 뉴욕 현대미술관, 시카코 미술관 등에 전시되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트로이카는 조각, 드로잉, 설치의 영역을 넘나들며, 기계장치와 전자기기 같은 다양한 매체와 기술을 사용하여 빛과 소리, 기계적인 움직임들을 통해 자연현상과 과학적 원리가 녹아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낸다. 크리스털 프리즘을 통해 떨어지는 빛방울을 형상화한 <Falling Light>, 형형색색의 밧줄들이 분수의 물줄기처럼 뿜어져 나오는 <Persistent Illusion>, 6월에 추가로 공개될 <Cloud> 등 그들의 대표작과 신작 15점을 이번 한국전을 통해 대림미술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LED와 모터, 둥근 반구형태의 투명한 크리스털 스와로브스키 렌즈가 부착된 천장의 기계장치가 만들어내는 <Falling Light>는 LED 조명이 부착된 레버가 위 아래로 움직이면서 크리스털 렌즈와 가까워 졌다 멀어지며 바닥에 만들어내는 둥근 빛의 형태를 통해 수면위로 떨어지며 파문을 일으키는 빗방울 같은 ‘떨어지는 빛방울’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관객은 마치 빛의 수면 위를 떨어지는 빛방울을 맞으며 걷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Falling Light>

컴퓨터, 모니터, 라디오, 전자건반, 선풍기, 오래된 휴대폰 등 각종 전자기기들이 바닥에 어지럽게 배열되어 있고 그 중심에 돌고 있는 마이크가 세워져 있는 작품 <Electroprobe>는 전자기기들이 만들어내는 전자기장을 소형 특수 마이크를 통해 소리로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평소 우리 주변 전자기기 사물들이 만들어내는 아주 미세하거나 또는 거의 들리지 않는 소리들을 증폭시켜 들을 수 없었던 사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준다. 트로이카는 이 작품을 통해 ‘사물들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Electroprobe>

어제의 날씨를 24시간 늦은 ‘실시간(?)’으로 30분마다 업데이트시켜 커다란 LED 조명 전광판에 픽토그램으로 보여주는 <The Weather Yesterday>는 첨단기술을 통해 보여지는 실시간 정보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고 있는 우리 현대인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날씨를 검색하는 우리는, 더 이상 별을 보고 내일 날씨를 예측하거나 관절이 쑤시는 걸로 곧 비가 오려는 걸 짐작해 보지 않는다. 또한 문을 열고 온도와 습기, 바람을 몸의 감각으로 느끼며 날씨를 예측하지도 않는다. 단순한 정보시각화를 넘어서서, 내일의 날씨도 오늘의 날씨도 아닌 ‘어제의 날씨’를 통해 시간을 되짚어 보게 만들고 지금의 날씨를 몸으로 느끼게 유도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The Weather Yesterday>

화학실험에서 사용하는 종이에 검은색 물감이나 잉크로 한 점을 찍고 그 점에 지속적으로 물방울을 떨어뜨렸을 때 번지면서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색 스팩트럼과 형상을 포착한 <Small Bangs> 시리즈 작품은, 색을 분리하는 실험인 크로마토그래피를 활용한 것으로, 세계는 여러 점들이 모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점은 같은 것이다라는 빅뱅이론의 원리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Small Bangs>

쉬지 않고 돌아가는 전기 모터가 뿜어내는 형형색색의 로프줄기가 마치 쏟아지는 분수의 물줄기처럼 보이는 작품 <Persistent Illusions>에서는 물소리는 요란하게 돌아가는 모터소리로, 각기 다른 속도로 뿜어져 나오는 로프는 춤 추는 듯한 물줄기 또는 살아 움직이는 그 무언가를 대처하며 ‘끊임없이 지속되는 환상’을 표현한다.

<Persistent Illusions>

번개, 또는 나무뿌리, 또는 강줄기처럼 보이는 벽에 걸려 있는 작품 <Light Drawing>은 5만볼트의 전기를 종이 위에 흘려 보낼 때 타 들어간 불꽃의 자국을 드로잉 작품처럼 전시한다. 이 작품은 전기라는 인공적인 기술로 만들어지는 유기적이고 자연적인 형상을 포착해 낸 것으로, 하얀 종이에 까맣게 타 들어간 불꽃의 형상은 섬세한 그 흔적이 주는 아름다움과 동시에 수학적인 프랙탈 이론과 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이미지들을 떠올리게 한다.

<Line Drawing>

트로이카의 작품들은 물리적이거나 수학적, 광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들이 많다. 특히 <Calculating the Universe>, <90 Squares>, <The Sum of All Possibilities> 이들 세 작품은 수학적이고 규칙적인 원칙에 의해 만들어지고 작동되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우연성과 불규칙성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한 세계를 극도로 단순화 시켜 만들어지는 가장 작은 단위인 세포는 0과 1, 흰색과 검정, 삶과 죽음과 같이 두 가지의 경우로 존재하며 자기 주변의 상태에 따라 다음 단계로 변화해 나간다는 셀룰러 오토마타 원리를 36,315개의 흑백 주사위로 표현한 <Calculating the Universe>, 90개의 사각형이 360도로 펼쳐지면서 만들어내는 원의 형상을 벽에 연필로 직접 그린 <90 Squares>, 검은 색의 아크릴 띠들이 서로 제각각 불규칙하게 돌아가며 흩어지고 모이기를 반복하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태양 주변을 돌고 있는 행성들처럼 정교하고 규칙적으로 하나의 모터에 연결되어 돌아가고 있는 작품 <The Sum of All Possibilities>은 자연의 원리, 과학원리가 주는 규칙성과 불확실성, 그 역설적인 결과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Calculating the Universe>

<90 Squares>

<The Sum of All Possibilities>

마지막으로 가장 높은 곳, 4층 전시실에 설치되어 있는, 어두운 방 안 자욱한 연기 속에 굴절되는 빛이 만들어내는 아치와 같은 형상이 이어지는 작품 <Arcades>는 이번 트로이카의 전시 작품들 중 가장 명상적이고 신비로운 작품으로, 어두움과 빛이 만들어내는 성스러운 공간의 느낌을 잘 구현하고 있다. 이 작품 또한, 빛은 휘지 않는다. 아니다, 빛도 휘어지고 굴절될 수 있다는 과학적 원리와 실험을 그 바탕에 두고 있으며, 트로이카가 이야기 하는 것처럼 과학과 종교, 예술이 만나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공간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Arcades>

트로이카의 작품들은 서구 문명의 근간을 만들어온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이론과 철학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도 따라 하고 시도해 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과학적 실험들에서부터 수학적 이진법과 셀룰러 오토마타 이론, 광학적 원리들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행성과 별들, 우주의 규칙들과 빅뱅이론, 그 외에 전기 전자기기와 기계장치, 실시간 정보와 인터넷을 이용하는 네트워크 기술 등을 활용한 미술 작품들을 통해,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우리 시대의 가장 핫한 키워드에 맞는 아주 모범적인 작품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도 트로이카는 그 합리적이고 규칙적인 원리 또는 첨단기술인 듯 보이는 아날로그적인 기계장치들을 통해서 오히려 불규칙적이고 우연적인, 불확실하고 규정할 수 없는 세계를 드러내고자 한다. 과학과 예술을 교차시키고, 기술이 감성을 깨우고 자연을 새롭게 불러오고 나아가 우리 삶의 방식을 들여다보고 질문하게 하는 것이 이들 작업에서 우리가 지나치지 말고 좀더 깊게 들여다보아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박정선 기자 / ensep@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