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학술정보

[학술정보] 정직한 논문 쓰기 : 연구 진실성을 저해하는 연구 부정행위

June.2014 No Comment

 

얼마 전 일본에서 우리나라의 황우석 사태에 버금가는 ‘연구 부정’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만능세포(STAP세포) 논문 조작 사건’이다. STAP(Stimulus-Triggered Acquisition of Pluripotency cells)세포는 유전자 조작 없이 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잠깐 담그는 외부 자극만으로도 어떠한 세포로든지 변할 수 있어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혁신적인 연구 성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번 만능세포 연구를 주도한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핵심 연구원 오보카타 하루카가 네이처에 게재한 만능세포 논문에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 실었던 이미지를 사용함으로써 데이터의 신뢰성을 손상하는 날조 행위를 저질렀다. 그녀의 공동연구자들은 사죄와 함께 네이처에 게재된 자신들의 논문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오보카타는 여전히 연구 내용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며 철회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황우석(좌)과 오보카타 하루코(우)

이와 같은 연구 부정 사건은 우리나라에서도 인구에 자주 회자될 정도로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미 유명인들의 논문 표절 의혹은 뉴스의 단골 기사가 된지 오래다. 아니나 다를까, 마침 지방선거를 앞두고 몇몇 후보들에 대한 논문 표절 의혹이 또다시 불거졌다. 논문 표절만큼이나(어쩌면 그 이상으로) 심각한 연구부정행위 중 하나가 바로 논문 대필이다. 특히 금품이 오가는 대필은 근절이 쉽지 않아 전 사회적으로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몇 달 전에는 유명 사립대의 치과대학 교수들이 제자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논문을 대필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맞춤형 논문 지도를 가장한 석박사 논문 대필 업체들이 성행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몇백만 원에 상당하는 돈을 받고 논문 계획서와 목차, 설문지 작성, 통계 대행·분석, 심지어는 참고 문헌 작성에 이르기까지 논문 작성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부정행위는 국가마다 그 범위가 다르지만, 대체로 연구의 제안 및 수행, 연구결과의 보고 및 발표 등에서 자행된 위조(fabrication), 변조(falsification), 표절(plagiarism)의 세 가지 부정행위를 연구부정행위의 범위에 포함하는 것에 전 세계적으로 큰 이견이 없다. 미국 행정부의 과학기술정책국도 연구부정행위를 위조, 변조, 표절의 세 가지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위조는 있지 않은 데이터, 결과 기록, 보고를 제출하는 행위를 가리키며, 변조는 연구 자료나 장비 혹은 과정을 조작하거나 데이터 또는 결과를 바꾸거나 생략하여 연구 기록이 정확하게 표현되지 않도록 하는 행위를 뜻한다. 마지막으로 표절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 연구 과정, 결과 혹은 표현을 적절한 출처를 명시하지 않고 유용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정의도 미국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교육과학기술부가 2007년에 제정한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이하 연구윤리지침)에서 위조, 변조, 표절과 더불어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를 연구부정행위로 명시하고 있다. 그밖에도 부정행위 조사를 방해하거나 제보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들도 연구부정행위로 간주하고 있으며, 2011년에 개정된 연구윤리지침에서는 자기표절 혹은 연구결과의 중복사용에 대한 금지조항이 추가되었다. 아래의 표는 우리나라의 연구윤리지침에서 규정한 갖가지 연구부정행위의 정의와 연구결과 사용에 관한 규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다.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4조 (연구부정행위의 범위)

연구 부정 행위 정의
위조 존재하지 않은 데이터 또는 연구결과 등을 허위로 만들어내는 행위
변조 연구 재료·장비·과정 등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거나 데이터를 임의로 변형·삭제함으로써 연구내용 또는 결과를 왜곡하는 행위
표절 타인의 아이디어, 연구내용·결과 등을 적절한 인용 없이 사용하는 행위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 연구내용 또는 결과에 대하여 공헌 또는 기여를 한 사람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논문저자 자격을 부여하지 않거나, 공헌 또는 기여를 하지 않은 자에게 감사의 표시 또는 예우 등을 이유로 논문저자 자격을 부여하는 행위
기타 본인 또는 타인의 부정행위의 의혹에 대한 조사를 고의로 방해하거나 제보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 인문사회 및 과학기술 분야 등 각 학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난 행위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7조 (자신의 연구결과 사용)

1호 연구논문 등 작성 시 이전에 발표하지 않은 자신의 연구결과를 사용
2호 자신의 이전 연구결과와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유사한 저작물을 게재·출간하여 본인의 연구결과 또는 성과·업적등으로 사용하는 행위 금지
3호 연구자가 자신의 이전 연구결과를 사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인용사실을 표시하거나, 처음 게재한 학술지 등의 편집자 또는 발행자의 허락을 받은 후 사용

 

제4조의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를 해석함에 한 가지 유의해야할 사항이 있다. 바로 ‘공로 배분’에 관한 의견 차이나 불만은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을의 기여도가 20%임에도 연구책임자인 갑이 40%로 인정하였다든가 혹은 을의 기여도가 40%이지만 연구책임자인 갑이 20%만 인정한 경우는 연구부정행위의 조사 대상이 아니란 뜻이다. 오로지 을의 기여가 전혀 없었는데 논문저자에 포함된다든지, 혹은 을의 기여가 분명히 있었음에도 논문 저자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만이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에 해당됨을 유념해야 한다.

연구윤리지침에서 규정한 연구부정행위 외에도 각 연구기관은 자체적으로 조사 또는 예방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정행위를 연구진실성 검증에 관한 자체 규정에 포함시킬 수 있다. 카이스트 역시 연구진실성 검증에 관한 자체 규정인「연구진실성위원회 운영규정」을 가지고 있다. 이 규정은 카이스트 홈페이지의 ‘원규 및 지침’에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자체 규정은 제4조(용어의 정의)에서 교과부 연구윤리지침의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정의를 모두 포함하면서도 한 가지 사항을 더 추가하였다. 바로 타인에게 위조, 변조, 표절,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의 부정행위를 행할 것을 제안·강요하거나 협박하는 행위이다. 아무래도 이는 실험실에 여전히 잔존해 있는 도제식 사제·선후배 관계에 의한 비민주적인 관습을 주의 깊게 반영한 결과라 사료된다.

그러나 엄연히 이러한 규정들이 있음에도 연구부정행위를 판단하거나 처벌하는 일은 그리 수월치 않다. 아무래도 다양한 정황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실제 사례에서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정의만 가지고는 부정행위에 대한 해석과 판별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특히 논문 대필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 누가 주도적인 입장에서 논문을 작성하였는가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논문 표절 판별보다 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기존의 대법원 판례에 의거하여 논문저자의 주도성 판별에 대한 기준을 살펴보면 다음의 표와 같다. 아래의 표는 논문대작에 대한 1996년 7월 30일자 대법원 판례를 정리한 것이다.

 

대법원 1996.7.30. 선고 94도2708 판결
[업무방해][공1996.9.15.(18), 2746]
판시사항 [1] 석사학위논문의 작성·제출자가 직접 작성한 것인지 또는 타인에 의하여 대작된 것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
[2] 타인에 의하여 대작된 논문이라고 본 사례
판결 요지 [1] 일반적으로 석사학위논문 정도의 학술적 저작물을 작성함에 있어서는 논문작성 과정에서 타인으로부터 외국서적의 번역이나 자료의 통계처리 등 단순하고 기술적인 조력을 받는 것은 허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그 작성자로서는 학위논문의 작성을 통하여 논문의 체제나 분류방법 등 논문 작성방법을 배우고, 지도교수가 중점적으로 지도하여 정립한 논문의 틀에 따라 필요한 문헌이나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 정리한 다음 이를 논문의 내용으로 완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 할 것이므로, 비록 논문작성자가 지도교수의 지도에 따라 논문의 제목, 주제, 목차 등을 직접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자료를 분석, 정리하여 논문의 내용을 완성하는 일의 대부분을 타인에게 의존하였다면 그 논문은 논문작성자가 주체적으로 작성한 논문이 아니라 타인에 의하여 대작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2] 단순히 통계처리와 분석, 또는 외국자료의 번역과 타자만을 타인에게 의뢰한 것이 아니라 전체 논문의 초안작성을 의뢰하고, 그에 따라 작성된 논문의 내용에 약간의 수정만을 가하여 제출하였음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그러나 이 판례에서도 드러나듯이 논문저자의 주도성에 대한 판별 기준은 대개 상식선에서 머물고 있다. 논문 표절 역시 마찬가지이다. 퍼브피어(pubpeer.com), 카피킬러(copykiller.co.kr)와 같은 사후 논문 표절 검사 서비스가 있지만, 결국 논문의 신뢰성을 보장하는 것은 연구자의 양심뿐이다. 2012년에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던 자신의 논문에서 오류를 발견하고 자진 철회한 사례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처럼 연구부정행위의 예방과 검증을 온전히 개인의 양심에 맡기기에는 현실적인 상황이 녹록치 않다. 무엇보다 여전히 비민주적인 관행이 상존하는 국내 학계의 여건상 개인의 도덕성과는 별개로 타인의 강요에 의해 언제든 연구부정행위가 자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를 임하는 양심이란 결코 자신의 논문에 국한된 양심이어서는 안되며, 반드시 연구 진실성에 저촉되는 타인의 행위까지 묵인하지 않는 양심이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 로체스터 대학교 메디컬센터의 폴 스펜서 브룩스(Paul Spencer Brookes)박사는 연구 부정이 의심되는 논문을 발견하였을 시 해당 저널이나 저자에게 개인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기보다는 ‘공론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의논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하였다.

카이스트의「연구진실성위원회 운영규정」에 따르면 연구진실성위원회는 부정행위에 대한 제보가 접수되면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실시하여 조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하며, 이를 바탕으로 후속조치를 단행한다. 연구부정행위를 목격했다면 연구진실성위원회 간사(연구진흥팀장)에게 구술, 서면, 전화, 이메일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제보할 수 있다. 실명 제보가 원칙이나 익명으로 제보할 경우 서면이나 이메일로 연구과제명 또는 논문명과 더불어 부정행위의 구체적인 내용과 증거를 제시하면 된다. 제보자의 신원은 엄격하게 보호되며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제보자의 성명은 제보자 보호 차원에서 조사결과보고서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연구부정행위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학계를 비롯하여 전 사회적인 노력이 요구되지만, 어찌 되었든 연구에 임하는 개인의 윤리의식과 도덕성이 올바로 갖춰져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더군다나 인용과 출처 표기에서의 사소한 실수가 표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어 연구자의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연구에서는 ‘악의 없음’도 ‘고의’와 같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늘 인용방법과 절차에 대해 꼼꼼히 알아보고 거듭 점검해보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 한다. 한편 이러한 개인적 차원에서의 노력을 넘어 타인의 연구부정행위를 묵과하지 않거나 폴 브룩스 박사의 주장대로 부정행위를 공론화하는 공동체적인 노력도 경주해야 한다. 물론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안다. 학계라는 넓지 않은 울타리에서 고발 혹은 공론화의 대상은 어쩌면 자신과 가장 가까운 지인일 수도 있다. 특히나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사회의 특성상 고발과 공론화는 그것의 당위와 정당성을 숙고하기 이전에 번번이 매우 치졸한 짓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연구부정행위의 근절이 어려운 이유는 이와 같은 현실적인 암초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차 각 대학교의 학생 커뮤니티를 둘러보던 중 적지 않게 발견한 사례가 바로 연인 관계에서 자행된 논문 대필에 대한 의혹이었다. 이들 사례의 진위 여부를 떠나 필자가 느낀 것은 연구부정행위를 밝혀내는 일이 몹시도 어렵다는 무거운 피로감이었다. 만약 정말로 연인 관계에서 심각한 연구부정행위가 저질러졌다 하여도, 연인 관계처럼 가장 내밀한 관계에서 그것의 진위를 밝혀내는 일은 일일이 따져보지 않더라도 무척이나 힘겨운 과정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돌고 돌아 무척이나 긴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결국 연구부정행위를 예방하고 처벌하는 일은 연구자 개인의 올바른 연구윤리의식과 더불어 타인의 연구부정행위도 좌시하지 않는 굳건한 신념과 용기뿐이다. 극히 뻔한 결론임에도 우리 모두가 연구에 임할 때마다 매양 꼽씹고 되새기기를 바란다.

 

※ 참고문헌 및 사이트

  1.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교육과학기술부, 개정판(2012. 08. 01.).
  2. 「연구진실성위원회 운영규정」, 한국과학기술원.
  3. <참고문헌까지 써줘도 논문대필 아니라는 컨설팅업체>, 서울신문, 2013년 9월 23일.
  4. <논문 표절 막을 단 하나의 방법! 폴 브룩스 교수 "연구 부정 공론화하면 철회나 수정↑">, 과학동아, 2014년 4월 9일.
  5. 최훈, & 신중섭. (2007). 논문: 연구 부정행위와 연구 규범. 과학철학, 10(2), 103-127.
  6. 연구윤리정보센터: http://www.cre.or.kr

 

신 정 범 기자 jeongbeo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