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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Review] 런던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만나다

March.2019 No Comment

이번 겨울, 14박 15일이라는 휴가를 얻어 출장이 아닌 ‘여행’으로 유럽을 방문하게 되었다. 컨셉은 박물관 투어. 휴가 일정에 비해 여행한 나라가 많았기 때문에 숨겨져 있는 박물관, 미술관이나 도시의 구석구석까지 돌아다니지는 못하였지만, 핵심적인 곳들은 최대한 많이 방문하였다. 박물관과 미술관의 작품에 대한 사진은 이미 네이버 블로그와 같은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므로, 이번 기사에서는 런던의 박물관과 미술관 자체에서 필자가 느꼈던 감정 등에 대해 공유해보려고 한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
영국에 온 이유는 크게 3가지였다. 자연사 박물관, 대영 박물관 방문 및 그 유명한 킹스크로스역에 직접 가보는 것. 아쉽게도 시간이 맞지 않아 역에는 방문하지 못하였지만, 자연사 박물관과 대영 박물관에서의 경험은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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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방문한 박물관 중 가장 아름다웠던 건물이었으며, 박물관에 들어가면 25M라는 압도적인 크기의 흰 긴수염 고래 화석이 입장객들을 반겨준다. 2017년에 디플로도쿠스라는 학명을 가진 공룡의 석고 복제품에서 실제 흰 긴 수염 고래의 화석으로 바뀌었는데, 박물관 측의 교체 발표가 발표된 직후, SNS 상에서는 철거 반대 운동까지 일어났을 정도로 박물관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였다고 한다. 더불어, 공룡 복제품에서 고래 화석으로 교체되는 과정 전체를 담은 다큐멘터리까지 있을 정도니, 영국인들이 박물관에 대해 얼마나 애착을 갖고 있고, 자부심을 가지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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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약 5시간정도 박물관에서 머물렀는데, 그동안 적어도 4개 이상의 학교에서 현장학습(?)을 온 것 같았다. 초등학교 2학년쯤 되어 보이는 학생들부터, 고등학생까지 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단체로 방문하였는데, 이런 장소가 교육 장소 중 일부라는 점이 정말 부러웠다.

대영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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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 박물관과 대영 박물관 모두 박물관 그 자체가 아름다웠다. 내부 역시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영국이 람세스 2세의 흉상, 파르테논 신전을 기둥채 뽑아와 박물관에 전시해놨다는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동아시아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한다. 대영 박물관은 그 규모처럼 특정 국가의 관들이 몇 개 존재하였는데, 거기에는 한국관, 일본관, 중국관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다른 시간대에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방문하였을 때는 한국관에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았고, 중국관에는 중국인들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일본관만은 그렇지 않았다. 정말 많은 ‘일본인이 아닌’ 관람객들이 천천히 일본 전시품들을 관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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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과 중국관에서는 유물들을 스치듯이 지나가는 관람객이 상당히 많았지만, 일본관은 대부분 천천히 ‘음미’하고 토론한다. 특히, 관람객들이 사무라이, 판화와 같이 유명한 작품 앞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당히 일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서양 미술은 전반적으로 일본 미술의 영향을 받았고, 문화적으로도 일본 문화를 상당히 선호했다고 하는데, 그것의 연장선은 아닐까? 대영 박물관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의 고흐 박물관에는 400점이 넘는 일본 판화가 전시되어 있고, 고흐가 살아생전 한 우키요에 습작 또한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동양, 그 중에서도 일본에 대한 흥미는 서양 전반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K-POP의 흐름에 올라타 더욱 많은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를 세계로 전달했으면 한다.

내셔널갤러리
입장하자마자 잘못 들어온 줄 알았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갤러리가 늦게까지 문을 여는 금요일이었는데 로비에서는 DJ가 디제잉을 준비하고 있었고, 바텐더가 칵테일을 팔고 있었다. 그 시간만큼은 미술관의 성격보다는 어른들의 휴식공간이 된 느낌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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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 전시실마다 중앙에는 의자가 있었고, 곳곳에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간의 의자가 있었다. 얼마나 규모가 크길래 이렇게 의자가 많나 싶었으나, 사실 이 의자들의 주요 용도는 휴식이 아니었다. 바로 어디서나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서 습작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박물관의 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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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곳곳에서 바닥에 앉아서, 의자에 앉아서, 서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한국에서도 가끔 학생들이 박물관에서 습작하는 것을 본적이 있지만 손에 꼽을 정도였고, 그분들 모두 다 젊은 분들이었다. 하지만 이 곳에선 학생, 아기를 데리고 온 젊은 어머니,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서 습작을 하고 있었다. 너무 신기해, 한 학생을 붙잡고 물어보니 격주 금요일마다 방문하여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참고로 이 학생은 공대생이었다.

영국 사람들에게 박물관과 미술관은 삶의 일부 중 하나로 보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물관, 미술관이 영국에 존재해서’ 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런 모습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손을 잡고, 학교에서의 교육의 연장선으로 방문했던 기억들이 ‘습관화’ 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물론, 이러한 그들의 삶과 이미 옛날부터 쌓아올린 그들의 컬렉션을 부러워하기 전에, 우리와 그들의 아카이빙에 대한 열정과 보존에 대한 열정의 차이를 한 번 더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김지훈 (kjih0314@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