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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Opinion] 고궁 무료 입장과 한복의 원형에 관하여

March.2019 No Comment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과 같은 서울의 고궁들은 한복을 입고 방문하면 입장료를 받지 않고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이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문화재청에서 ‘한복무료관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가이드라인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복의 형태만 갖추고 있으면 어렵지 않게 무료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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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문화재청 한복무료관람 가이드라인 중 일부

하지만, 2018년 9월 종로구가 과하게 개량된 한복을 입은 경우 무료 입장을 거부하는 안을 문화재청에 제안하겠다고 밝히면서 이것과 관련한 질의가 국정감사에서도 나오는 등 많은 관심을 끌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종로구의 제안은 무산되었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전통 한복이 무엇이고 어디까지 변형을 인정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본 기사에서는 종로구의 개량 한복의 무료 입장 불가 선언부터, 우리가 어디까지 한복의 원형으로 정의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2018년 9월, 최근의 일이다. 경복궁, 창경궁, 창덕궁, 경희궁 등 주요 고궁들이 밀집되어 있는 종로구에서는 지나치게 변형된 한복 착용자들의 고궁 무료 입장을 제한하는 안을 문화재청에 제출하였다. 당연히 주변 한복 대여점의 반발이 있었고,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이 개량 한복을 대여해 입고와 이 문제를 질의하면서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내리는 등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문화재청이 이 제안을 받아드리지 않으면서 문제가 마무리되었지만, 종로구에서 자체적으로 한복 착용자들의 주변 음식점 할인 혜택을 제재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조만간 다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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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경복궁 근정전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실제로 경복궁 등의 고궁을 가보면 대부분은 그렇지 않지만, 서양식 턱시도, 드레스와 한복이 섞여 있거나, 너무나 휘황찬란한 장식들이 붙어있어 ‘이것도 한복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옷들이 존재하기는 한다. 그렇다면, 과연 전통 한복이란 무엇일까? 조선시대에는 한복을 개량하거나 변형하지 않고 정해진 양식에 따라서 입었을까? 아니면 현대의 패션 트렌드가 계속해서 변화하고 돌고 도는 것처럼 조선시대에도 유행하는 트렌드가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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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3. 조선 시대의 시기별 여성 저고리의 모양 변천 (출처: 조선닷컴)

위의 사진은 조선시대 시기별 여성 저고리 모양의 변천을 보여주고 있다. 16세기와 19세기를 비교해보면, 저고리의 길이가 약 1/3 수준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보고 <북학의>의 저자인 박제가는 ‘여자들의 저고리는 날로 짧아지고, 치마는 날로 길어진다.’고 말하였고, 북학파 실학자였던 이덕무는 <천장관전서>에서 ‘현재의 복장의 유행은 기생에서 유래한 것인데, 남자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처첩에게 권하여 본받게 한다. 이를 빨리 고쳐야 된다.’는 말을 하였다. 즉, 조선시대에도 옷의 특정 트렌드가 분명히 존재하였고, 특정 가문의 규수들, 기생들처럼 유행을 주도하는 패션 리더들도 존재하였다. 더불어 이러한 복장의 변화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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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4. 조선 시대의 시기별 저고리의 모양 변천 (출처: 조선닷컴)

옷은 아니지만, 중요한 의복 중 하나였던 남자들의 갓 또한 마찬가지이다. 갓은 자신의 패션 감각을 드러냄과 동시에 신분까지 상징하는 의복 중 하나였기에, 점점 높아지는 갓의 모양을 본 중종이 직접 갓의 표준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성종 시대의 갓과 정조 시대의 갓은 다른 모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모양이 많이 달라져 있으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갓’이라고 하면 상상하는 갓의 모양을 갖춘 건 그나마 최신식인 정조 때의 갓이다. 즉, 동그란 모양의 갓도 전통 갓이며, 가리개가 좁고 높이가 긴 갓도 전통 갓이다. 단지 미디어와 책 등에서 자주 접한 모양이 정조 시대의 갓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전통 갓의 이미지는 이러한 모양으로 굳어져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 의복은 기본적으로 남자는 저고리와 바지, 족의(버선 류), 행전(바지가 펄럭거리지 않게 잡아주는 일종의 고무링)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여자는 저고리와 치마, 족의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여름에는 시원한 옷을 입고, 겨울엔 내복과 겉옷을 껴입는 것처럼, 조선시대 당시에도 유행에 따라서 의복을 다양하게 변형해서 입었다.

유행은 때로는 신분 계급을 뛰어넘기도 했다. 등거리(등깃이 없고 소매가 짧은 여름용 옷)와 같이 평민 계급에서 유행한 옷이 실용성을 인정받아 양반에게 전해지는 경우도 있었고, 양반 계급의 규수들의 옷 스타일이 평민 계급 아낙들에게 전해지기도 하였다. 다만 그 안에서도 차이는 존재했는데, 신분과 자본력에 따라 더 화려한 색상의 고급 원단으로 의복을 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궁중처럼 자수 모양부터 의복의 색, 함께 착용하는 악세사리까지 직위별로 모두 다르게 정해진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그 시대에도 유행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복의 재해석, 나쁜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고궁에서라도 한복을 볼 수 있으니 바람직한 방향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촬영을 목적으로 너무 아름답게만 만드는 것보단, 한복 고유의 선, 분위기 등의 멋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어떨까? 고유한 속성만 계속해서 지니고 있다면, 그것은 개량 한복이 아니라, 계승된 한복이라 감히 불러도 괜찮을 것이다.

김지훈 (kjih0314@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