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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Opinion] 기술과 음악 감상의 역사

March.2019 No Comment

기술은 사람들이 음악을 감상하는 방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약 2000년까지 음악 감상 기술의 변화는 음악을 어떻게 저장하고 재생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이루어졌다. 덕분에 현재 우리는 거의 모든 곳에서 원하면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조용한 도서관에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고, 페스티벌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다 함께 음악을 들으며 뛰어놀 수도 있다.

현재 음악 감상 기술 발전에 대한 고민은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을 틀어줄 수 있는가에 있다. 머지않아 나보다 나의 음악 취향을 잘 아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출시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본 기사에서는 지금까지의 기술 발전이 음악 감상 문화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앞으로 음악 감상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예측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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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7년, Phonograph: 최초의 녹음/재생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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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에디슨과 그의 두 번째 Phonograph, 1878년 4월

최초로 소리를 녹음하고 다시 재생할 수 있는 장치인 phonograph를 발명한 것은 모두가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본 에디슨이다. 그가 발명한 phonograph는 사실 음악을 녹음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가 아니라 목소리를 녹음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복제가 불가능하고 재생이 1~3회 정도만 가능했기 때문에 그 당시에 phonograph가 음악 감상 문화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하지만 그는 1878년 그의 논문 “The Phonograph and Its Future”에서 phonograph는 음악 재생을 위해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언급했고, 이는 다른 발명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후에 현실이 되었다.

 

1948년, Vinyl Record: 음악 감상을 대중화한 저장 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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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12인치 vinyl LP record

에디슨의 발명 이후 저장 매체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가 다수 이루어졌다. 그중 다수의 사람들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흔히 “LP (Long Playing)판”으로 불리는 vinyl record였다. LP판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고 복제가 가능하여 저렴한 가격에 대량 공급될 수 있었다. 덕분에 음악을 듣기 힘들었던 계층의 사람들 또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DJ (Disk Jockey)들이 출현하여 두 개의 턴테이블과 LP판으로 디제잉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하였다. 지금도 LP는 카세트테이프나 CD와 달리 물리적 음악 저장 매체로 사용되고 있다. 이태원의 언더그라운드 클럽에 가보면 여전히 LP를 사용하는 DJ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일랙트로닉 뮤직 페스티벌에서는 수천 명이 한 공간에 모여 동일한 음악을 감상하며 춤을 춘다.

 

1979년, Sony Walkman: 최초의 휴대용 음악 재생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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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3. Sony Walkman TPS-L2, 1979년

LP판에 비해 크기가 작고 내구성이 좋은 카세트테이프 (cassette tape)가 개발된 후, 이를 가지고 다니며 들을 수 있게 만든 워크맨 (walkman)을 소니 (Sony)가 선보였다. 워크맨은 언제 어디서든 원하면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들었고, 워크맨을 시작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동을 하면서 음악을 듣게 되었다. 현재는 걸어 다니면서, 지하철 안에서, 도서관 안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음악을 듣는 것이 일상인 시대이지만, 워크맨 이전 시대에는 음악을 들으려면 어느 공간에 머물러야 했다.

 

2001년, Apple iPod: 디지털 음원의 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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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4. 애플 아이팟 1세대

MP3 형식은 1982년에 개발되었고 최초의 MP3 플레이어는 1996년에 출시되었으나, MP3 플레이어를 널리 퍼트린 것은 애플 (Apple)의 아이팟 (iPod)이었다. 이후 MP3 플레이어가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은 카세트테이프나 CD와 같은 물리적 형태가 아닌, 디지털 형태의 MP3 파일로 음악을 소유하기 시작했다.

 

2005년, Pandora: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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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5. 미국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판도라

판도라 (Pandora)는 멜론 (Melon), 애플 뮤직 (Apple Music), 스포티파이 (Spotify)와 같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이다. 한국에서는 서비스를 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판도라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널리 퍼트렸으며, 음악 추천을 잘하기로 해외에서 유명하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널리 퍼지게 되면서 사람들은 음악을 소유조차 하지 않기 시작했다. 또한 추천 알고리즘이 발달하게 되어 좋아하는 음악을 직접 탐색하는 사람도 줄어들었다.

 

본 기사에서는 최초로 음악을 녹음할 수 있게 된 시점부터 현재까지 기술의 발전이 어떻게 사람들의 음악 감상 문화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봤다. 에디슨은 최초로 소리를 녹음하고 다시 재생하는 장치를 발명했고, LP는 음악 감상을 대중화하였다. 워크맨은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했다. 아이팟의 출현은 사람들이 음원을 디지털로 소유하게 만들었다면, 판도라와 같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원을 소유조차 하지 않게 만들었다. 또한 추천 알고리즘의 발달로 스트리밍 서비스가 들려주는 음악만을 듣고 직접 탐색은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기계들은 점점 똑똑해지고 있고 사람들은 인간을 유기체로 이루어진 거대한 알고리즘으로 보기 시작했다. 생체 인식 센서의 발달과 인공지능 기술의 진보로 인해 앞으로는 기계가 나보다 나의 음악 취향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미래에는 모든 사람이 맞춤형 인공지능 DJ를 클라우드에 하나씩 갖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은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음악을 탐색하는 작업을 중단하게 될까?

김태준 (taejun@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