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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Opinion] 융합은 잘 돼가? (해외 융합 대학원편)

May.2019 No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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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 4차산업혁명을 위한 융합형 인재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만큼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이런 기관들이 만들어질 때마다 기준 혹은 롤모델로 삼는 곳들은 대부분 해외 기관들이다. 해외, 특히 미국의 경우 학제간연구(Interdisciplinary research)나 융합연구를 굉장히 오래 전부터 진행해왔고 그 성과들 또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 많은 나라들이 융합연구기관을 세울 때 미국의 연구소를 롤모델로 삼는다. 우리 문화기술대학원도 여러 부분에서 미국의 융합 연구소들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많은 곳에서 기준으로 삼는 만큼 우리가 잘 융합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외의 융합 대학원들을 조사하고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서는 대표적인 해외(미국) 융합 대학원들은 어떻게 융합하고 있는지를 다루려고 한다.

 

1. MIT Media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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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gure 1. Mit Media Lab 로고

가장 대표적인 융합 대학원이자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연구소 중 하나가 바로 MIT Media Lab이다. 지금도 많은 기관들이 MIT Media Lab을 모델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러 전문가들도 융합 연구의 좋은 예로 꾸준히 MIT Media Lab을 꼽고 있다.
MIT Media Lab은 멀티미디어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니콜라스 네그로폰테와 인공지능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마빈 민스키가 1985년 설립한 미디어 융합 기술 연구소이다. 현재 100개가 넘는 다국적기업의 지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 금액만 1년에 4500만 달러(약 520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기업들이 엄청난 금액을 후원하지만 MIT Media Lab의 연구주제에 결코 관여할 수 없다. 가상현실, 3차원 홀로그램, 유비쿼터스(ubiquitous), 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 등 과거 주목을 받았거나 현재 주목을 받고 있는 많은 과학기술의 개념들은 상당수 이 연구소가 제시했다. 상상력이 넘치는 기발하고 창조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특정 분야만을 연구하는 것이 아닌, 많은 분야 간 융합과 응용을 위한 연구에 힘을 쏟는 것이 이 연구소의 제일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MIT Media Lab은 20개가 넘는 research group으로 나눠져 각 group마다 특정 주제에 주목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특정 group에 속하게 되었을 때 그 group의 연구만 진행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MIT Media Lab의 대학원생과 연구원들은 자신이 속한 group이 아닌 다른 group과 언제든지 협업하고 함께 연구할 수 있다. 이런 유연한 학풍과 후원 기업들이 연구주제에 관여할 수 없다는 방침 등이 더욱 다양한 연구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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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gure 2 MIT Media Lab 연구

각 group의 연구 주제는 온갖 분야를 넘나든다. 블록들을 이용해 만질 수 있는(tangible)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기계공학을 융합한다. 진짜 팔, 다리처럼 움직일 수 있는 의족과 사람들의 손 기능을 확장하기 위한 여섯 번째 손가락을 기계공학, 전자공학, 인체공학을 융합해 구현한다. 동성결혼이 합법화된다면 그들은 어떻게 자식을 만들 수 있을까를 사회과학, 심리학, 생물학을 융합하여 고민한다. 앞서 명시한 주제는 MIT Media Lab의 연구주제의 극히 일부다. 이렇듯 특정 분야에만 연구 주제가 쏠리지 않고 다양한 학문을 융합한 실험적인 연구가 끊임없이 수행되고 있으며, 나오는 결과들 중 많은 것들이 세상의 주목을 받는다.

 

2. Carnegie Mellon University Entertainment Technology Center (CMU E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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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gure 3 CMU ETC 로고

MIT Media Lab과 함께 대표적인 융합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연구소가 바로 카네기멜론대학교의 Entertainment Technology Center(이하 CMU ETC)다.
CMU ETC는 1999년 동 대학교의 드라마 학과 교수 돈 마리넬리와 ‘마지막 강의’라는 책으로 유명한 컴퓨터 과학과 교수 랜디 포시가 설립한 융합 대학원이다. MIT Media Lab과는 다르게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영상, 게임 등의 엔터테인먼트를 목적으로 하는 융합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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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4 CMU ETC 프로젝트

CMU ETC의 대학원 과정은 일반적인 대학원과는 많이 다르다. 우선 박사 과정이 없다. 오직 2년 석사 과정만 존재하며 과정을 모두 마치면 Master of Entertainment Technology 학위를 준다. 또한 연구실이나 연구그룹의 개념이 없다. 학생들은 2년 내내 수업과 프로젝트 주제마다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첫 학기에는 2주마다 팀을 바꿔가며 여러 수업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그 주제가 굉장히 특이하다. 비디오를 제작하기도 하며 즉흥 연기를 배우는 수업도 있다. 역할들도 마구잡이로 주어진다. 코딩을 해본 적 없는 학생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으며, 영상을 한번도 제작해 본 적 없는 학생이 영상 편집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본인의 전문 분야만 다루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두 번째 학기부터는 기업들이 후원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실무를 경험하게 된다. 이 점이 타 대학원들과 또 다른 점이다. CMU ETC는 학문의 이해도 중요하지만 실무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고 학생들이 졸업했을 때 바로 현업에서 종사할 수 있는 전문가로 키우려고 한다. 그렇기에 CMU ETC 대부분의 학생들은 졸업 즉시 디즈니, 일렉트로닉 아츠와 같은 유수의 콘텐츠 기업에 입사하게 된다.
랜디 포시는 디즈니와의 합작 프로젝트를 담당하면서 CMU ETC를 세상에서 가장 좋은 놀이터라고 표현했다. 융합을 학문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닌, 여러 재미있는 주제의 프로젝트들을 통해서 배우고 일하고 놀면서 융합하는 것이 CMU ETC의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 알아본 두 대학원은 국내 융합 대학원에 비해 긴 역사를 자랑한다. 그만큼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기관에서 롤모델로 삼는 이유도 분명하다. MIT Media Lab의 분야를 넘나드는 도전적인 연구 주제들, CMU ETC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집중한 융합 교육을 통한 창의적 전문가 양성 등 여러가지 점들이 아직 다른 대학원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 문화기술대학원은 어떨까? 다음 기사에서는 이번에 다뤘던 대학원들과 저번 기사의 두 대학원 그리고 문화기술대학원 간 비교를 통해 우리는 잘 융합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최종윤 (jongyunchoi@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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