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T OPINION

[CT opinion] 융합은 잘 돼가? (문화기술대학원편)

June.2019 No Comment

1

지난 두 달에 걸쳐 국내와 해외의 융합 대학원들을 소개했다. 다양한 학문을 융합한다는 목적은 같지만 대학원마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방식은 생각보다 많은 차이를 보였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서는 ‘융합은 잘 돼가?’의 마지막 기사로 전에 소개한 각 대학원과 문화기술대학원을 비교하면서 우리는 잘 융합하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어떤 방식이 더 좋은지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다른 대학원들과의 비교를 통해 문화기술대학원이 조금 더 잘 융합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1. 교육(수업)

문화기술대학원의 수업은 유일한 전공필수과목인 문화기술론과 각 교수님이 자신들의 연구분야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전공선택과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통필수과목들은 제외) 그러다 보니 교수님들의 연구분야가 굉장히 다양해 각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도 매우 다르다. 이는 카네기멜론대학교의 Entertainment Technology Center(이하 CMU ETC)를 제외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하 서울대 융대원), 포항공대 창의IT융합공학과, MIT Media Lab의 수업들과 비슷하다. 각 대학원은 그들의 프로그램에 중심이 되는 필수과목(보통 융합형 프로젝트 과목)과 교수님들의 연구분야와 관련된 선택과목으로 나눠진다.
선택과목의 수업 내용은 앞에서 언급했던 대로 교수님들의 연구분야에 따라 달라진다. 문화기술대학원의 경우 교수님들의 연구분야가 IT와 인문학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컴퓨터 그래픽스부터 미학까지 그 범위가 매우 넓다. 반면에 서울대 융대원, 포항공대 창의IT융합공학과, MIT Media Lab의 경우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에 IT뿐만 아니라 기계공학, 재료공학 수업들도 열린다. 다만 인문학 수업은 거의 열리지 않는다. 최근 MIT Media Lab도 인문학 관련된 연구가 조금 줄은 관계로 인문학 수업도 많이 줄어들었다.
이와 달리 CMU ETC는 2년 동안 매 학기 프로젝트 수업이 주를 이룬다. 첫 학기에는 Entertainment Technology의 기본이 되는 4개의 수업이 진행되는데 모든 수업들이 다 수업을 듣고 결과물을 만드는 수업들이다. 2학기부터는 한 학기 동안 프로젝트 수업 하나만 듣게 된다. 물론 학생이 원한다면 한 과목을 더 선택해서 들을 수도 있다. 연구실에서 연구를 진행하지 않는 대신 기업과 연계된 프로젝트를 한 학기 내내 진행하는 형태이다.
한편 문화기술대학원을 비롯한 융합 대학원은 그 특성상 워낙 다양하고 넓은 분야를 다룰 뿐만 아니라, 선택과목들이 교수님들의 연구분야를 다루다 보니 해당 분야의 심화된 수업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학부 전공에 따라 수업내용을 이해하고 따라가는 데 한계가 분명히 있다. 이때 학생들은 해당 분야의 기본적인 내용들을 배우기 위해 다른 과 전공 수업들을 찾게 되는데, 이 경우 타 과 전공이 학점으로 인정이 안 되면 학생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포항공대 창의IT융합공학과는 이를 생각해 타 학과 전공을 제한없이 본 과의 전공학점으로 인정해준다. 문화기술대학원도 인정은 해주나 6학점(2과목)으로 제한되어 있어 학생들이 타 과 수업을 듣는 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다른 전공 수업을 듣는 것을 제한하는 것보다는 열어두는 것이 학생들이 융합적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수업내용은 연구 분야와 일맥상통하므로 아래 내용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2. 연구

우선 CMU ETC는 위 내용처럼 연구 대신 기업과 협업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므로 다른 대학원들과는 연구 방식이 다른 점이 많다. 그러므로 나머지 세 대학원들을 중심으로 문화기술대학원과 비교해 보도록 하겠다.
문화기술대학원은 현재 14분의 교수님들이 연구실을 이끌며 연구를 하고 계시는데 분야는 크게 기술(IT)분야와 문화분야로 나눠진다. 문화분야에는 두 분의 교수님이 감성 연구와 게임심리학 연구를 하고 계시며, 심리•인지까지 분야를 넓히면 총 4분의 교수님이 연구를 진행 중이시다.
그에 반해 서울대 융대원이나 포항공대 창의IT융합공학과는 과학기술분야 간의 융합에만 치중된 경향이 높다. 이 두 대학원은 공통적으로 과학기술분야가 아닌 학문을 베이스로 한 연구를 하는 교수님이 안 계신다. 서울대 융대원은 나노융합전공, 디지털정보융합전공, 방사선융합의생명전공, 지능형융합시스템전공으로 구성되어서 각 전공에 맞는 분야들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포항공대 창의IT융합공학과 또한 11분의 교수님들이 다양한 과학기술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분야 연구의 경우 문화기술대학원은 사실상 모든 연구분야가 IT에 속해있다. 그에 반해 다른 대학원들은 재료공학, 화학공학, 기계공학 등 다양한 과학기술분야가 융합되고 있다. 물론 오늘날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과학기술이 IT이긴 하지만 다른 과학기술분야까지 융합을 확장할 수 있다면 새로운 문화기술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MIT Media Lab은 26개의 그룹들이 컴퓨터공학, 전자공학부터 사회학, 정치학까지 방대한 범위의 분야를 연구 중이다. 그룹들이 나눠져 있긴 하만 언제든지 자유롭게 다른 그룹과 함께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각 그룹에서 지금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활발히 공유하고, 필요할 때는 쉽게 co-work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잡혀 있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기술대학원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한층 더 놀라운 융합 연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달 전부터 기사를 작성하고 여러 융합 대학원들을 조사하면서 ‘우리가 참 이런 것들은 잘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고, ‘이런 시스템이 문화기술대학원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전에 기사에서도 말했지만 뭐가 더 좋은 융합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다른 곳들은 어떻게 융합하는지 살펴보고 이를 통해 조금씩 우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분명 우리는 더 잘 융합하게 될 것이다. 이번 기사들로 문화기술대학원이 아주 조금이라도 더 잘 융합하게 된다면 기자 본인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다.

최종윤 (jongyunchoi@kaist.ac.kr)

1편 국내편 보러가기
2편 해외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