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T SPOTLIGHT, CT 뉴스

[CT SPOTLIGHT] 2019 CTSCAPE: CT Press Talk

June.2019 No Comment

CT Press는 매해 CT Scape 시간에 큰 주제를 가지고 서로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CT Press Talk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시간은 재학생, 교수님 및 외부 손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시간임과 동시에 평소에 잘 얘기해보지 않는 주제도 다뤄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입니다. 이번 연도에는 ‘폭력과 비폭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서로 의견을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두 한 가지씩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었는데 모두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이야기도 있었고, 서로 다른 경험을 한 일화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1

 

올해 학술문화관 Global Lounge로 자리를 옮긴 Press Talk은 우성주 교수님의 밝은 인사말과 Press 구성원에 대한 가벼운 소개로 시작됐습니다.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Press 기자단 한 명씩 돌아가며 자기 소개를 마친 후 교수님이 이번 연도 주제가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설명하셨습니다.
우성주 교수님
Press Talk이 올해 세 번째를 맞이했습니다. 2017년도에는 ‘다름과 차별’, 2018년도에는 ‘오만과 편견’에 대해서 논했다면, 올해는 ‘폭력과 비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CT라는 곳은 같은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드뭅니다. 다양한 전공을 한 학생들이 융합이라는 키워드로 모였습니다. 인문학을 전공하는 나로서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게 나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폭력과 비폭력’에 대해 대화해보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 ‘폭력과 비폭력’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밖으로 표출하면서 서로 어떻게 같은 혹은 다른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해봅시다.

서로 고요히 각자의 생각을 정리하며 시간을 조금 보내는 와중, 한 학생이 먼저 본인의 의견을 얘기해주기 시작했습니다.

학생 A
저는 이 주제가 다소 민감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똑같은 말이나 행동도 폭력과 비폭력으로 나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돌이켜보면 어렸을 때 다른 사람들을 조금 배려하지 못하는 따가운 말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당시에 나는 상처를 줬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주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폭력과 비폭력의 판단은 주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 B
저는 폭력과 비폭력의 기준에 대해서 폭력이라고 판단하기 모호한 경우도 많다고 생각해요. 그 중 언어폭력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몇 년 전에 친가를 방문했을 때, 다소 성차별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씀을 듣고 그분의 의도가 그런 것은 아니었겠지만 상처를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당사자인 제가 언어폭력인지 아닌지 판단을 내리면 됩니다. 그런데 만약에 다른 사람이 제 기준으로 언어폭력을 당했는데 본인은 언어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제3자인 제가 어디까지 관여해도 괜찮을지, 어디까지가 폭력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두 학생의 말을 듣고 Press Talk에 앉아있는 모두는 좀 더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넓은 범위의 주제를 가지고 각자 나는 무엇을 말할까, 어떤 이야기가 나에게 주제 관련해서 가장 와 닿았을까 생각을 하고 있는데 교수님께서 잘 알고 계시는 한 학생에게 의견을 물어보셨습니다.

학생 C
제게 있어 이 주제는 상당히 어렵고 생각하기 힘든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중에 하나 생각해보자면 내 자신에게 가하는 폭력에 대해 얘기하고 싶습니다. 내가 남이랑 스스로를 비교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스스로를 매우 힘들게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폭력을 얘기하기 전에 나 스스로에게 비폭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 말고도 이런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이런 자신에게의 폭력을 되돌아보며 지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학생의 말이 끝나고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타인에게 가하는 폭력도 큰 주제이지만, 동시에 내 스스로에게 주는 폭력이 어떻게 보면 가장 강하고 아픈 폭력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모두 하게 되었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학생 D
말에 대한 폭력을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 저는 제가 내뱉은 말에 대해 오히려 시간이 좀 더 지난 뒤에야 그게 폭력이었다는 걸 깨닫는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스스로 말을 조심해야 하는 것이 피곤하게도 느껴지면서 그냥 상대방의 마음을 조금 생각하지 않는 언어를 내뱉어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내 주위 사람들 주변에 있어서 주위 사람들이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다시 한 번 언어폭력을 줄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학생 E
저는 사회적 맥락에서 폭력과 비폭력을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폭력을 자세히 보면 사회적인 배경을 가지고 알게 모르게 저지르는 개인적인 폭력이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제약을 느꼈던 경험을 한 번 나누고 싶습니다. 어떤 회의의 리더 자리를 맡았는데 내가 여자고 다소 어려보이니 저를 빼고 진행하려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무의식적으로 리더는 남자, 여자는 보조의 역할을 주로 한다 라는 선입견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폭력과 비폭력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고야의 작품을 보면 폭력을 그림으로 그려 사람들에게 새로움을 깨달음을 주지 않습니까?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생각을 넣어주는 기폭제 역할,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기에, 폭력과 비폭력은 여러 측면에서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폭력과 비폭력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했다면, 학생의 말 이후 모두가 비폭력이 선이다 라는 전제에도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분명 폭력은 좋지 않지만 때로는 폭력이 비폭력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생기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학생 F
미술전공을 하면서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학교를 다녔습니다. 한국 대학교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을 받는 것에 아쉬움을 느껴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갔는데, 그곳에서는 또 새롭게 동양인과 서양인에 따른 차별을 강하게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 사례로, 문법 딱 하나를 틀린 적이 있는데, 제 글을 평가할 가치도 없다고 말하는 채점자를 보며 저에 대한 선입견이 강하게 작용해서 차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를 안타까워하기보다 오히려 더 발전해야 한다 라고 생각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학생 G
미술대학을 다닐 때, 성별에 따라 대한 대우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게 누군가에게는 슬픈 폭력이었을 것 같습니다. 또 미술 작품을 할 때 작품 자체의 폭력과 비폭력을 생각해보면, 작가의 표현 의도가 폭력이 아닐지라도, 이것이 폭력과 비폭력 관련해서 어떻게 비춰질 것인지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로 의견을 나누다 보니 각자 비슷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었고, 다른 경험을 가진 경우도 있다는 것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가 쌓여갈수록 오히려 할 말이 줄어들기보다 좀 더 깊고 넓은 대화를 하는 분위기가 익어가는 와중, 또 다른 학생이 의견을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학생 H
여러분들의 얘기를 들으며 저도 많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친척 어른에게 성차별적 발언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저를 달래려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더 상처를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의, 비폭력을 위해 폭력을 무마시킨 과정이 저를 더 아프게 했던 것 같습니다. 또 동서양의 폭력과 비폭력을 생각해보면, 문화유산 반환 문제에 대해서 서양은 오히려 자신들이 문화유산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하며 문화유산을 뺏긴 국가들에게 오히려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말라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학생 I
저는 3.1운동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폭력에 대한 비폭력 운동이라고 해석해 볼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 3.1운동은 더 큰 폭력을 일으킬 수 있는 비폭력적 정신적 운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 J
저는 폭력의 정당화 같은 게 생각납니다. 경찰의 과잉진압, 학교에서의 체벌 등등 우리가 살아오면서 다양한 정당화 과정을 많이 보았던 것 같고, 최근에는 이 모든 것이 온라인상으로 옮겨간 것 같습니다. 점점 더 인터넷상의 폭력이 늘어나고 있는 게 폭력의 정당화가 늘어나서 그런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의 정당화라도 용납해서는 안 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학생 K가 이야기하기 전, 다른 학생이 먼저 취업이 어려운 문과의 현실과 이에 따른 이과 선호 현상을 얘기했습니다. 점점 이과 및 기술 선호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 속에 문과적 재능을 존중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폭력이지 않나 라고 이야기하자, 학생 K도 그와 관련된 본인의 생각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학생 K
교육의 폭력과 비폭력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제 학창시절과 비교하면 지금 문이과 비율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제 기억에는 문이과 비율이 8:2 정도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정반대의 비율을 보입니다. 그 당시 문과를 매우 선호하는 상황에서 이과적 성향의 아이들도 문과를 많이 갔었는데 이과를 가고 싶어한 아이들에게 그것이 폭력이었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그와 반대 상황, 문과적 성향인 아이에게 이과를 가라고 할 것 같은데, 이게 일종의 사이클인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자리에 앉아있는 학생들의 얘기를 듣고 난 이후, 교수님께서 준비하신 마요 광장 영상을 틀어주셨습니다. 마요 광장의 비폭력 시위는 민주화 운동에 자식을 잃은 어머님들의 고요하지만 꾸준하게 자식의 죽음을 기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입니다. 폭력과 비폭력이라는 주제에 맞춰 준비된 영상을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함께 시청하면서,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정리해보고, 해당 영상은 우리에게 어떤 생각을 하게 하는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성주 교수님
마요 광장의 동영상을 보여주고자 한 이유는, 몇 년 전 제가 장소를 다녀오며 느낀 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그 광장에서 어머니들은 행진을 하고 있고, 이 행진에 있어 가장 마음 아픈 부분은 어떤 것으로도 어머니들은 그들의 행진을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온전히 내 아이를 산 채로 데리고 오라는 것이며, 이러한 마요 광장의 흔들리지 않는 정신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한국 사회의 격변기를 한국 혹은 외국에서 들은 세대입니다. 그 당시 언론 통제로 인해서 한국의 다양한 변화를 정작 한국 사람들은 몰랐지만, 저는 오히려 외국에서 한국의 뉴스를 좀 더 자세히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격변기를 보면서, 사회가 발전할 때 등장하는 이분법적 구별의 근원 혹은 정신이 어디서 나오는지 우리 스스로 의문을 던져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더 나아가 사회는 다양한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들, 그리고 파생되는 많은 질문들을 널리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개개인 혹은 사회적으로 판단의 기준, 생각의 기준이 필요하고 이 부분에서 인문학, 철학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의 기준을 만들기 위해 모두에게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순응하는 합리화보다 의문을 던져볼 수 있는 생각을 길러야 합니다.

박종욱 교수님
역사의 기록을 우리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가벼운 예로, 우리는 아직도 역사교과서에서 콜럼버스의 발견을 배우는데 정작 그들은 정말 ‘발견’한 것일까? 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그 ‘발견’ 이라는 해석은 그곳에 이미 살고 있고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폭력이지 않나요.
구조적인 편견에 의한 폭력에 대해서도 생각해봅시다. 가해자, 피해자 구조가 사회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일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상황에 따라 형사는 범죄자를 처벌하지만, 그 범죄자를 범죄자로 만든 건 어떤 사회의 정치적 판단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런 편견에 물들어 있다는 걸 잊지 말고 폭력과 비폭력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교수님 말씀이 끝난 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우성주 교수님께서 준비하신 3.1운동 독립선언서를 모두 함께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독립을 향한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자신들의 행동이 절대 폭력을 위한 것이 아님을 잔잔하게 읊은 독립선언서를 한 줄 한 줄 읽으며, Press Talk에 앉아있던 저희 모두는 ‘폭력과 비폭력’의 의미를 차분히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1

1

 2019 CT Press Talk 팸플릿 (디자인: 유정은)

 

‘폭력과 비폭력’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금세 지나갔습니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의견을 말하다 보니 오히려 서로가 서로에게 질문하고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이 더욱 간절해졌지만 공식 시간이 종료되어 아쉽게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폭력과 비폭력’이란 주제로 얘기했지만 주제가 가볍지 않은 만큼, 서로의 생각을 듣고 더 고민하기 시작한 부분이 있을 것 같기에 여운이 긴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우성주 교수님께서 마지막에 말씀하셨던 것처럼, 저희가 이 자리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각자의 가슴 속에 작은 씨앗이 되어 더 깊은 사색이 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태희 (hayleyy321@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