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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Review] 인공생명 연구에 대하여

December.2019 No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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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와 창발을 기본으로 하는 인공생명에 관한 연구는 현재까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인공생명 연구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초기에는 어떤 기법들이 개발되었는지 소개할 것이다. 또한 인공생명을 어떻게 분류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인공지능과의 비교를 통해 인공생명 연구의 특징적인 접근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 것이다.

 

인공생명 연구의 시작

인공생명 연구는 1818년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출판되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실제로 유럽의 인공생명 연구자들에 따르면, 초기 인공생명 연구는 ‘프랑켄슈타인’에 나오는 “나는 존재한다. 따라서 나는 생명이다.”라는 구절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많은 연구자들이 이를 인공생명의 철학으로 삼고 연구를 진행했다.

그중 한 사람이 헝가리계 미국 수학자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이다. 존 폰 노이만은 인공생명 학문의 주요 핵심은 생명의 모방, 즉 ‘자기-재생산’이라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재생산할 수 있는 알고리즘만 있다면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인공생명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많은 격자 상의 공간에 위치한 코드를 보고, 몇 가지 규칙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는 장치를 생각해 냈다. 이것이 바로 그가 개발한 ‘세포자동자(cellular automata)’의 개념이다. 그의 아이디어 덕분에 컴퓨터로 구현된 다양한 구조들이 오늘날까지 인공생명체로 불리게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컴퓨터 바이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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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생명이란 말을 처음 제안한 것은 랭턴(Christopher Langton)이었다. 1988년 인공생명과 관련된 국제적인 학술대회가 열렸는데, 이 국제 워크숍의 테마는 ‘생물학적 계의 종합과 시늉내기‘(Synthesis and Simulation of Biological Systems)였다. 이후 매년 같은 제목으로 개최되어 왔으며, 발표논문집은 <인공생명>(Artificial Life)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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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생명의 분류

인공생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부드러운 인공생명’은 프로그램상에서 적절한 모형을 만들어 생명의 형태를 탐구하는 것으로, AI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반의 인공생명체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크레이그 레이놀즈(Craig Reynolds)가 만든 ‘보이드’(boid)는 새떼나 물고기떼, 또는 벌떼 같은 동물들의 집단행동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등장한 인공생명 프로그램으로, 1987년 SIGGRAPH에서 발표된 논문인 ‘Flocks, herds and schools: A distributed behavioral model’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보이드는 매 순간 자신의 주변을 다시 평가할 뿐, 무리에 대한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은 개체이다. 따라서 무리 속 보이드들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지만, 모든 보이드들은 하나의 무리로서 움직이고, 장애물과 적들을 피하며, 다른 보이드들과 보조를 맞춰 유동적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규칙의 적용으로 복잡한 행동이 나타나는 창발적 특징을 보여주며, 복잡해 보이는 자연현상이 실제로는 단순한 규칙들의 상호작용들로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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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인공생명’은 하드웨어상에서 생명과 관련된 것을 구현하는 것으로 로봇공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단단한 인공생명은 인공생명 시스템들을 특정 하드웨어에 적합하도록 만들어 탑재한 것으로, 로봇과 자동기계(automaton) 등이 여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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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인공생명’은 생화학적 물질로부터 생명이 있는 계를 합성하려는 것이다. 합성생물학의 선구자로 주목받고 있는 과학자인 크레이그 벤터(Craig Venter)는 A(아데닌), G(구아닌), T(티민), C(시토신) 등 4종류의 염기를 합성해 만든 DNA들을 이어 붙여 여러 개의 큰 조각을 만든 뒤, 이를 박테리아에 넣어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연구진은 유전자 473개, 염기쌍 53만 1천 개를 가지는 인공 DNA로 박테리아 군체를 증식시키는 데 성공하여 젖은 인공생명의 가능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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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생명과 인공지능

지능을 갖고 스스로 사고한다는 차원에서 기존의 첨단 디지털 제품 또는 로봇에 적용된 신경회로나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비슷한 것 같지만, 인공지능과 인공생명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인공생명이 생명을 이해하려는 학문이라면,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을 이해하려는 학문이다.

인공지능에서는 전체 계를 관장하는 중심처리장치가 가정된다. 이것은 일종의 중앙통제식의 ‘위로부터 아래로’(top-down)의 접근이다. 인공지능은 환경에 대한 정보와 조건을 프로그래머가 미리 입력해줘야 한다. 즉 조건과 정보가 적절하게 입력된 견고한 알고리즘으로 잘 짜여졌을 뿐 인간의 명령과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와 달리, 인공생명은 개별적인 요소들을 제시하고 요소 간 상호작용의 규칙을 할당하는 것 외에는 전체 계가 어떤 모습으로 달라질지 미리 정해 놓은 것이 없다. 이것은 ‘아래로부터 위로’(bottom-up)의 접근이다. 인공생명은 스스로 알고리즘을 찾아내 유전, 교배, 돌연변이와 같은 생명체의 생물학적 진화 과정을 모방한 후 이를 통합해 인공적 매체 위에 그대로 구현한다. 초기 조건만 정해주면 나머지 과정은 프로그램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결정하므로 인간의 개입 없이 생명체의 특징을 스스로 발현할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인공생명 연구의 시작과 접근법 그리고 초창기 인공생명 기법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한 논문에 따르면, 인공생명은 자동진화와 명시적인 설계가 필요 없는 지능의 창발 등에 대해 다루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많은 연구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인공생명의 특성과 접근법은 여러 공학 분야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수민 (sumny@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