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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Review] 대전시립미술관 특별전

December.2019 No Comment

대전시립미술관이 기획한 2019년 특별전, <어떻게 볼 것인가 : WAYS OF SEEING> 전시가 내년 1월 27일까지 열린다. 특별전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전시의 주제는 ‘보기’라는 개념을 다양한 관점으로 표현하고, 보는 행위에서 비롯된 다양한 관계(사회문화적 관계 및 작품과 관람객 간의 관계 등)를 살펴보는 데 있다. 8개국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전시 내용과 함께, 11월 6일 진행된 국제 콜로퀴엄의 발표자 리스트가 필자의 발길을 잡았다. 필자는 콜로퀴엄이 있던 날 방문을 하게 되어 전시를 함께 둘러보았는데,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이 참여한 작품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본 기사에서는 이번 특별전의 전시 내용을 살펴보고, 콜로키엄의 일부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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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볼 것인가 : WAYS OF SEEING>

전시는 총 네 가지 섹션으로 나누어져 ‘보기’와의 관계를 탐구한다. 첫 번째 섹션은 <보다: 보기를 넘어>다. 이 섹션에서는 시간이라는 변수를 추가해 관람객의 보는 행위를 재정의하는 예술작품들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루이-필립 롱도(Louise-Philippe Rondeau)의 <경계 Liminal> (2018) 작품은 슬릿-스캔(slit-scan) 방식을 이용하여 과거의 관람객이 공간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볼 수 있도록 하는 작품이다. 설치된 링을 통과하는 순간, 사운드 피드백과 함께 스크린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관람객의 몸이 양옆으로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단순한 인터렉션보다는 링을 반복적으로 통과하며 춤을 추는 등, 큰 동작으로 움직이면 더욱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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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minal (2018) by Louis-Philippe Rondeau

다비데 발룰라(Davide Balula)의 <마임조각 Mimed Sculpture> (2016-2019)은 퍼포먼스가 진행될 때만 볼 수 있는 조형물을 전시하여,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간극을 탐구한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퍼포먼스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하얀 조형물 받침대 위 작품들을 상상하며 다음 세션으로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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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med Sculpture (2016-2019) by Davide Balula

두 번째 섹션은 <느끼다 : 경험적 차원의 보기>로,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온몸으로 봐야 하는 예술작품으로 구성된다. 총 네 아티스트의 작품들이 있었는데, 필자가 인상깊게 본 실파 굽타(Shilpa Gupta)의 <그림자3 Shadow 3> (2007)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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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adow 3 (2007) by Shilpa Gupta

<그림자3> 작품은 어둡게 조명 처리된 전시실 구석의 커튼 뒤에 위치해 자칫 놓치기 쉬운 위치에 있다. 무거운 커튼을 들추고 들어가면 아주 밝고 깔끔한 방으로 연결되는데, 여기서 반대쪽 하얀 화면을 보면 관람객의 그림자가 보이고, 찜찜한 기분을 주는 줄이 그림자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줄을 따라 다양한 물체의 그림자가 천천히 내려온다. 곧 관람객의 그림자와 부딪히며 ‘쿵’ 소리가 나는데 필자는 여기서 작은 두려움을 느꼈다. 첫 물체와 부딪힌 이후 피해보려고 발버둥을 쳐봤지만, 빨리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물체들이 빨리 떨어져 실제 몸이 무거워지는 듯한 느낌까지 ‘보았다’. 그리고 다리를 들었을 때 아기의 그림자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육아에 지쳐 있던 필자 자신이 울컥하는 모습까지 보았고, 나중에는 물체 그림자들에 둘러싸여 보이지도 않는 상태가 되었는데, 일들과 생각, 걱정에 파묻힌 필자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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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자3과 필자 간의 인터렉션

사실, 작가에 의하면 <그림자3> 작품은 환경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관람객이 여러 명 있을 때, 각 관람객의 그림자에 물체들이 축적된다. 독립체였던 관람객은 물체들로 인해 경계가 흐려지는데, 이를 통해 환경문제는 공동의 책임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혼자 관람해서인지 몰라도 조금 다른 의미를 보았다. 더불어 콜로키엄에서 마주친 문화기술대학원 박사과정 졸업생 박정선 선배님의 이 작품에 대한 평이 인상 깊었는데, 2007년 작품으로 기술적으로 새롭지는 않지만, 여전히 좋은 작품으로 전시되고 있는 것을 보면 기술 기반 예술작품의 영향력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고 주제를 어떻게 풀어냈느냐가 중요하다”는 평이었다. 실파 굽타의 <그림자3>은 필자가 많은 생각을 ‘볼’ 수 있도록 한 작품이었다.

 

두 번째 섹션의 또 다른 작품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의 <무한의 방 Infinity Room> (2019) 에서는 관람객이 거울로 둘러싸인 방 안으로 들어가 시공간을 초월하는 경험을 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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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inity Room (2019) by Refik Anadol

로라 버클리(Laura Buckley)의 <신기루 Fata Morgana> (2012)는 관람객이 작품 안으로 들어가 움직이면 이 움직임이 기존의 무빙 이미지와 중첩되어 새로운 경험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설치 콜라주(collage)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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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ta Morgana (2012) by Laura Buckley

마지막으로 캐롤리나 할라텍(Karolina Halatek)의 <스캐너룸 Scanner Room> (2014)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수리 중이어서 체험해보지는 못했다.

 

세 번째 섹션은 <듣다 : 보기의 흐름>으로, 듣기를 보기로 재정의하는 예술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공간을 들어서는 순간 목탄으로 그린 힘 있는 선들이 시선을 강탈하였는데, 작가가 그림을 통해 무언가를 이해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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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FT: Why I Work with Sign Language Interpreters (2019),
RIGHT: The Sound of Frequencies Attempting to be Heavy (2017)

이 그림들은 크리스틴 선 킴(Christine Sun Kim)의 작품들로, 청각 장애인인 작가는 소리를 청각으로 인식하지 않고 시각화하여 소리와 침묵을 사운드 드로잉, 퍼포먼스, 영상 등으로 재해석한다. 전시된 킴의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농인이 주위에 있을 때 When a Deaf Person is Around> (2018)는, 농인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의 소리를 시각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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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en a Deaf Person is Around (2018) by Christine Sun Kim

 

(NOS Visuals x KAIST CT)의 <딥 스페이스 뮤직 Deep Space Music> (2019)이라는 작품이다. 딥 스페이스 뮤직 (2019)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는 라이브 공연으로 끝났지만, 이번 특별전에서는 장기간 전시를 위해 문화기술대학원 남주한 교수님 연구실의 AI 피아니스트 시스템과 협동하여 재구성되었다. 음악을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판타지아 Fantasia>(1940)는 사람이 손수 그린 그림으로 제작되었다면, 본 작품에서는 영상을 만들어내는 NOS 소프트웨어가 시각적 이미지를 훌륭하게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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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ep Space Music (2019) by NOS Visuals and KAIST CT

 

마지막 섹션은 <프로젝트 X>로, 관람객이 주체가 되어 전시와 상호작용하는 예술작품으로 구성되어 스스로 예술작품의 일부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문화기술대학원 박사과정 졸업생 반성훈 선배님의 <물질의 단위 Pixel of Matter> (2019)는 키네틱 공간캐쳐 시스템을 이용한 작품으로, 전시물 아래에 가만히 서 있으면 관람객의 모습이 벽면에 픽셀 단위로 재구성되어, 마치 우주 속에서 탄생하는 듯한 기분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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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el of Matter (2019) by Ban Seonghoon

또 다른 작품 <사회의 형성 Virtual Mob> (2019)은 전시장 바닥에 표시된 네모 안에 들어서면 음악이 나와 관람객이 예술작품 사회 속 한 사람이 된다. 왠지 춤을 춰야 할 것 같은 ‘social pressure’를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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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tual Mob (2019) by Ban Seonghoon

전시실 깊숙이 들어서면 문화재청에서 기획한 <석굴암 x 문화재청>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Head-mount display (HMD)를 착용하고 마치 실제 석굴암에 들어간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석굴암을 지면에서 체험하는 것과 더불어 석굴암의 위쪽으로 이동해 아래를 바라보며 공간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예술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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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콜로키엄 진행 모습

마지막으로, 11월 6일에 진행된 국제 콜로퀴엄에서는 기조 연사(Keynote Speaker)로 문화기술대학원 박주용 교수님,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선도하는 축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 공동제작자 크리스틀 바우어(Christl Baur), 복합예술 미디어센터인 칼스루에 아트 & 미디어 센터(The ZKM, Center for Art and Media Karlsruhe)의 큐레이터 아네트 홀츠하이드(Dr. Anett Holzheid)가 참여했다. 이외 7명의 참여작가가 세 섹션에 걸쳐 무대에서 본인의 작품세계에 대해 발표했다.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참석자들과 대화하며 토론을 진행하였다.

 

콜로퀴엄에서 크리스틀 바우어(Christl Baur)가 연설 중에 “아티스트들은 사회를 위해 세상을 다른 관점에서 보고 예술을 통해 이해하려고 한다”고 말한 것이 기억에 남았다. 본 기사에서 소개하는 특별전의 의도를 설명해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보는 행위에 시간이라는 변수를 추가해서 시공간에 대해 연구하고, 경험과 소리를 보도록 해서 관람객이 세상을 다른 관점에서 볼 뿐만 아니라 시야를 넓혀 사회를 바라보게 하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예술도 과학도 복잡한 세상을 재정리하여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는 시도인 듯하다.

 

<어떻게 볼 것인가 : WAYS OF SEEING> 전시는 대전시립미술관에서 내년 1월 27일까지 열리며, 성인 입장료 8천 원에 관람할 수 있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은 입장료가 6천 원으로 인하된다. (링크: 대전시립미술관).

민아람 (ddmin88@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