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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Opinion] 젠트리피케이션

June.2020 No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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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은 외부 자본과 외부인이 낙후 지역에 유입되어 해당 지역의 특성이 바뀌는 과정을 뜻하며, 상류층을 뜻하는 젠트리 (gentry)에서 파생되었다. 단어 그 자체의 뜻만 보면 “고급화하다”의 좋은 뜻을 의미하는것 같지만, 지역의 임대료가 폭등하여 기존에 거주하던 원주민을 밀어낸다는 부정적인 뜻 또한 포함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어느 지역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지역을 유명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음악가, 예술가, 힙스터, 성소수자 등으로 다양하다. 해당 지역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수요가 높아지지만, 상점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임대료가 증가하기 마련이다. 그 결과 해당 지역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에 큰 기여를 한 원주민들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그 지역을 떠나고,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사업자들이 들어선다. 새로 들어서는 사업자들은 대부분 프렌차이즈 사업자들이기 때문에 개성과 볼거리를 찾아 해당 지역을 찾던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게 되고 이는 지역 상권 쇠퇴로 이어진다. 최근 한국의 젠트리피케이션 예로는 삼청동과 이태원을 들 수 있다 (https://youtu.be/NTWsDNjhEBM). 영상 속 거리에서 빈 가게들이 늘어 서있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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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장소에만 사람이 몰려 문제가 생기는 젠트리피케이션은 흔히 추천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롱테일 (long tail) 문제와 유사한 점을 갖고 있다. 추천 시스템에 있어서 롱테일 문제는 어떤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인기 있는 아이템만을 추천하는 것을 뜻한다. 롱테일 문제를 갖고 있는 추천 시스템은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아이템을 추천하기 때문에 언뜻 보면 다수의 사용자를 만족시키고 있는듯 하지만, 숨어있는 보석 같은 아이템을 놓치게 되고 사용자의 취향을 고려한 추천을 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인기 곡 차트 TOP 100”만을 제공한다면 차트 안의 곡들은 유명한 곡들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지만, 사용자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서 자신의 취향에 꼭 맞는 숨은 명곡을 찾기는 힘들다. 여기서 더욱 나아가 인기가 없는 아티스트, 즉 롱테일에 속한 아티스트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사용자에게 노출되기가 힘들어지고 이미 유명한 아티스트는 더욱 많이 노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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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테일 문제를 갖고 있는 추천 시스템이 동일한 인기 있는 아이템을 모든 사용자에게 추천하는 것은 젠트리피케이션에서 개성있는 지역 상점이 사라지고 다수의 가게가 프렌차이즈로 대체되는 것과 유사하다. 또한 임대료가 상승하여 이미 많은 자본을 갖고 있는 사업자들이 더욱 많은 소득을 올리게 되는 것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인기곡 차트와 유사하다. 음악 공연 또한 특정 지역에서 주로 개최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로컬 음악 공연 문화를 부흥시키기 위해 등장한 로컬리파이 (Localify)라는 서비스가 있다.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세계적인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 (Spotify)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선택하면, 특정 아티스트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은 지역에서 해당 아티스트가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아직 유명하지 않지만 재능 있는 아티스트를 특정 지역에서 선호한다면, 청중의 수가 10명이더라도 아티스트는 그들을 위해 공연을 개최해볼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지역 곳곳에서 이런 공연들이 열린다면 지역 곳곳이 활성화되고 어쩌면 젠트리피케이션 또한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 소개한 로컬리파이는 최근 시작된 학술적이고 아직은 실험적인 서비스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완화 방안을 논의할때 주로 정책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롱테일 문제를 잘 해결한 추천 시스템을 사용하여 젠트리피케이션을 완화할 수는 없을까? 추천 시스템을 연구하는 연구자라면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이다.

김태준 taejun@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