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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OPINION] 우주로 향하는 기업가들

August.2020 No Comment

지난 8월 2일, SpaceX(이하 ‘스페이스X’)의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곤(Crew Dragon)이 멕시코만 연안 해상에 착수했다. 5월 30일에 발사에 성공한 뒤 2달여 만의 일이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민간 기업이 독자 개발한 로켓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 성공에 놀라고 기뻐했다. 어떻게 민간 기업이 우주개발에 뛰어들었고, 발사 성공까지 어떤 일을 추진했을까? 이번 CT Press에서는 민간 우주개발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민간 기업은 어떻게 우주 개발에 나서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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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간 아폴로 계획은 과학기술의 진일보를 가져온 일대 사건이었다.

“우리는 달에 갈 것입니다. 그것이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주 경쟁이 한창이던 시절, 미국은 소련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달 착륙을 계획한다. ‘아폴로 계획’이라고 불리는 이 우주 탐사 프로젝트는 1975년까지 16대의 우주선을 쏘아 올리며 인류의 우주 개발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재정 문제가 떠올랐다. 13년간 아폴로 계획에 들어간 비용은 254억 달러, 현재 가치로 환산한다면 약 1,520억 달러(한화 약 182조 원)에 달했다. 이는 아직까지도 NASA 역사상 가장 많은 예산이 배정된 시기다.
아폴로 계획이 끝난 뒤 로켓 발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왕복선(Space Shuttle)이 개발되었지만,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는 없었다. 결국 우주왕복선 사업은 2011년에 종료된다. 이후 러시아 발사체를 이용하는 방안도 사용했지만 역시 비용 절감 효과는 충분치 않았다. 2014년, NASA는 결국 ‘상업 승무원 프로그램(Commercial Crew Program)’을 통해 민간과의 협력을 꾀한다. 민간 기업에서 로켓, 우주선, 발사체 개발과 제작을 맡고 NASA는 업무 계약을 맺어 이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듬해인 2015년, 미국은 ‘상업적 우주발사 경쟁력 법(Commercial Space Launch Competitiveness Act)’을 통과시킨다. 이 법안에 따르면 개인과 기업은 우주의 천연자원을 이용하거나 채굴에 따른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우주에서의 소유권,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이런 경제적, 제도적 배경을 바탕으로 민간 기업들의 우주 개발 시대가 열렸다.

우주개발의 선두주자, 스페이스X

2001년, 페이팔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화성에 온실을 설치해 화성의 토양에서 식물을 기르는 ‘화성 오아시스(Mars Oasis)’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하지만 그는 높은 가격으로 인해 적당한 발사체를 구할 수가 없었고, 본인이 원하는 저비용 로켓을 만들 회사를 스스로 설립하겠다고 다짐한다. 이듬해인 2002년, 그는 로켓 엔지니어인 톰 뮬러(Tom Mueller)와 함께 스페이스X를 설립한다.
이후 스페이스X는 대표적인 민간 우주기업으로 자리잡았다. 2008년, ‘스타워즈’ 시리즈의 밀레니엄 팔콘에서 이름을 딴 팔콘 1이 민간 액체 로켓으로는 최초로 지구 궤도에 도달한 것을 시작으로 민간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우주선 발사ᆞ비행ᆞ회수, 국제우주정거장에 우주선을 통한 화물 운송, 로켓 1단 부스터의 착륙, 재사용한 로켓 1단 부스터로 발사와 착륙 성공, 유인우주선 발사 등의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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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스페이스X의 팔콘 1 4차 발사는 민간 액체 로켓으로는 최초로 지구 궤도에 도달했다.

스페이스X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기존에 NASA에서 사용하던 우주왕복선은 200톤 엔진 3개를 사용해 640톤의 추력을 낸다. 이 때 들어가는 비용은 엔진 하나당 360억 원으로, 우주왕복선 발사에는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한 셈이다. 반면 스페이스X는 보다 작은 엔진을 여러 개 묶어 비슷한 추진력을 낸다. 이러한 구조는 발사비용을 줄일 수 있고, 엔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더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여기에 사용한 로켓을 수거, 재사용하면 발사 비용을 기존의 7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NASA는 민간 우주선을 통해 300~400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스페이스X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는 우주선 발사 비용을 1/10 수준으로 줄이고 우주 여행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우주에서의 화물/우주인 운송 사업을 이끌어 나가려고 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현재 스페이스X에서 개발 중인 재사용 가능 초대형 발사체, ‘스타쉽(Starship)’이다. 스타쉽은 이미 한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데, 일본의 억만장자인 유사큐 마에자와는 2023년에 스타쉽을 타고 달에 갈 예정이며 8~10명의 예술가를 함께 데려가겠다고 약속했다. 스페이스X의 가장 야심찬 목표는 인간을 화성에 보내는 것으로 머스크는 2025년까지, NASA보다도 빨리 이를 성공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우주로 나아가는 민간 기업들

우주개발에 뛰어든 민간기업이 스페이스X 뿐만은 아니다. 스페이스X의 가장 대표적인 라이벌은 아마존의 CEO 제프 보제스(Jeff Bezos)가 설립한 Blue Origin(이하 ‘블루 오리진’)이다. 2000년에 설립된 블루 오리진은 “Step by Step, Ferociously”라는 모토 하에 우주를 개척하는 데 사용할 길을 개척하고 있다. 스페이스X가 화성에 가겠다는 목표를 가진 반면 블루 오리진은 다시 한번 달에 가려고 한다. 단, 이번에는 인류의 정착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에 더해 저궤도 우주여행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화려한 쇼맨십을 자랑하는 스페이스X와는 달리 조용하게 운영되는 회사라 비교적 알려진 것이 적지만, 어느 쪽이 더 실리적일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두 회사 외에도 버진 갤럭틱, 스트라토런치 시스템 등 다양한 민간기업들이 우주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실리콘 밸리의 IT 기업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실리콘밸리가 우주에 열광하는 이유>에서 우주개발을 통해 기존 IT 서비스의 사업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 블루오션을 선점하여 포스트IT 플랫폼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사이버스페이스를 개척한 IT 기업들의 성장 DNA와도 잘 맞는 도전과제라는 점도 한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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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대한민국은 2030년까지 한국형발사체를 이용해 달 착륙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한국의 우주탐사 사업은 정부 주도로 육성되고 있다. 2018년 발표된 ‘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2년을 목표로 달 궤도선 발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발사서비스 생태계를 육성해 2030년에는 한국형발사체를 이용한 달 착륙선을 보낼 예정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것이 정부의 강력한 의지라고 말한다. 향후 20년을 이어갈 사업인만큼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과 예산 확보, 전문 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다.

NASA는 민간 우주기업의 성장을 발판으로 지구 저궤도 경제(Low-Earth Orbit Economy) 정책을 실행해 나가고 있다. 지구 저궤도에 확장 가능(scalable)ᆞ지속 가능(sustainable)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저궤도 경제가 형성되면 ISS를 중심으로 한 우주개척은 민간 기업에 맡기고, NASA와 같은 국가 연구기관은 심우주 탐사에 집중할 예정이다.
미지의 신세계를 탐험하고, 새로운 생명체와 문명을 만나며, 아무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용감하게 나아가라. SF 드라마 ‘스타트렉’은 매 에피소드를 이 대사와 함께 시작한다. 하지만 이제 우주는 마냥 미지의 신세계가 아니다. 이제 우주개발은 더 이상 국력을 선전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우주는 우리의 경제권에, 제도권에, 사회에 들어올 것이다. 당신이 어떤 미래를 꿈꾸든, 그 안에 우주를 담아야 할 때다.

남궁민상 (whovian@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