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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OPINION] 조지 플로이드와 새로운 저항의 역사: The Revolution Being Televised

August.2020 No Comment

2020년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관 데릭 쇼빈에 의해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위조지폐 사용 신고를 받고 출동한 4명의 경찰관은 용의자인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여 연행하고자 했다. 경찰에 의해 수갑이 채워진 비무장 상태의 조지 플로이드는 폐소공포증과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경찰차에 타는 것을 거부했고, 이에 경찰관 중 한 명인 데릭 쇼빈은 조지 플로이드를 땅바닥에 엎드리게 하여 제압한 뒤 무릎으로 목을 약 8분 동안 압박하여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 과정에서 조지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 “살려달라”고 반복적으로 호소하다 코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었고, 주변의 행인들은 과도한 진압을 지적하며 항의하였으나 경찰관들은 구급차가 도착하여 의료진이 조지 플로이드를 옮길 때까지 그의 목을 압박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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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제압당한 조지 플로이드와 경찰관 데릭 쇼빈.

조지 플로이드가 제압당하고 죽음에 이르는 장면은 현장에 있던 한 행인에 의해 촬영되었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이는 곧 시위로 이어졌다.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바로 다음날인 26일, 사람들은 흑인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인 과잉 진압과 인종 차별에 반대하며 미니애폴리스 거리로 나섰다.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작된 시위는 수 일만에 미국 전역, 나아가 전세계으로 확대되었다.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인한 사망 사건과 이로 인한 시위와 소요 사태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사건의 여파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이렇게 널리 퍼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소셜 미디어가 자리하고 있다. 사람들은 글을 쓰고, 사진과 영상을 찍고, 실시간으로 이를 공유하고 댓글을 남기며, 전에 없이 빠르고 생생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시위의 기폭제가 된 영상에는 피해자인 조지 플로이드가 천천히 죽어가는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수갑이 채워진 채 억눌려 있는 조지 플로이드와 무감정하게 그의 목을 누르는 경찰관의 모습은 끔찍할 정도로 생생하게 녹화되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조지 플로이드의 고통 섞인 갈라지는 외침과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조지 플로이드를 걱정하고 경찰관에게 항의하는 행인들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공간감은 영상을 보는 이로 하여금 실제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자연스러운 카메라의 움직임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촬영하며 화면을 바라보는 일상의 경험과 일치되어, 마치 현장에서 영상을 촬영하는 당사자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높은 해상도로 현실감 있게 기록된 사건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게시되어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무한히 재생되며, CCTV나 방송용 카메라로 촬영되고 방송국에서 편집한 영상을 거실이나 길거리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내밀한 형태로 경험을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시위 현장의 경험 또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소셜 미디어는 시위의 다면적인 현실을 역동적으로 담아낸다.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를 가지고 있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면, 그 누구라도 사건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다. 시위대가 불을 지르고 상점을 약탈하는 모습이나, 경찰과 시위대가 평화적으로 연대하며 행진하는 모습, 폭력적인 시위를 주장하는 이들을 설득하고 말리는 모습, 시위대에게 과격한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의 모습 등 시위 현장에서 벌어진 다양한 사건들이 시위 참가자들에 의해 기록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되었다. 이처럼 다면적인 기록들은 수용자들의 상상으로 채워지는 모호함의 영역을 줄이고, 합의된 현실을 바탕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개인이 기호에 맞게 정보를 선택적으로 수용하거나 선택적으로 편집하여 제공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지속적으로 공유되는 다양한 정보들은 이러한 선택적 수용과 제공의 사각지대를 축소한다. 소셜 미디어의 다면성과 역동성을 바탕으로 구성된 가상의 거리는 보다 명료하고 생명력 있는 참여의 장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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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다양한 시위의 양상. 왼쪽은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평화로운 모습이지만, 오른쪽은 반달리즘을 동반한 폭력적인 모습이다.

또한 소셜 미디어는 연대와 참여의 폭을 넓힌다. 시위의 영향력은 흑인에 대한 뿌리 깊은 인종 차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영미권 국가나 유럽권 국가 뿐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 팔레스타인과 같은 국가에까지 퍼졌다. 국적과 인종을 초월하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건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고 시위를 조직하거나 지지하거나 비판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유튜브에 접속할 수 있다면 누구나 사건과 시위에 대한 영상들을 볼 수 있다. 위키피디아의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문서는 5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어 있다. 소셜 미디어를 통과하는 정보들은 휘발되지 않고 퇴적과 풍화를 거치면서 방대한 소통의 장을 형성한다. 글과 댓글의 형태로 정보가 축적되고, 링크와 태그를 통해 연결된다. 축적되고 연결된 정보들은 상호적으로 합치하거나 대립하면서 발전한다. 이 모든 과정은 중앙 집중적이고 단일한 개인이나 조직이 아닌, 분산된 다수의 참여자에 의해 이루어진다.
폭 넓고 다면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소셜 미디어는 일종의 ‘가상의 거리’로서 기능한다. 현실 공간의 경계는 무너지고 소셜 미디어 서비스나 그 하위의 계정 혹은 채널 단위의 가상 공간의 경계로 재구성된다. 가상의 공간에서 참여자들은 각자의 각도에서 현실의 이미지를 포착하여 모자이크한다. 재구성된 가상의 거리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는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확산되며, 확장된 시간과 공간 상에서 상호작용한다. 가상의 거리는 그 자체로 완전히 수평적이고 투명한 소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소통의 폭과 차원을 확장하면서 보다 분산되고 다면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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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질 스캇 헤론의 “The Revolution Will Not Be Televised”.

미국의 음악가이자 시인인 질 스캇 헤론은 1971년에 발표된 그의 작품 “The Revolution Will Not Be Televised”를 통해 “혁명은 방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작품에서 편파적이고 차별적인 동시에 달콤한 이미지들로 점철된 미디어를 비판하면서, 더 밝은 내일을 위해 집에 틀어박혀 있지 말고 거리로 나서 혁명을 직접 느끼고 실천할 것을 주장했다.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오늘날의 미디어는 다양한 시선으로 현실의 거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전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가상의 거리로 기능한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미디어를 통해 토론하고 연대하며 저항한다. 오늘날의 혁명은 방영되고 있다.

최민석 minsukchoi@kaist.ac.kr

출처
그림 1. https://www.youtube.com/watch?v=NcFoi1q9Cf4
그림 2 왼쪽. http://flickr.com/photos/fibonacciblue/15766912027
그림 3 오른쪽. https://www.flickr.com/photos/xensin/49960366932
그림 3. https://en.wikipedia.org/wiki/The_Revolution_Will_Not_Be_Televised_(alb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