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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OPINION] IP 전성시대

August.2020 No Comment

“IP 유니버스”를 꿈꾸는 카카오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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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좌) 주호민 작가 웹툰 기반 영화 ‘신과 함께’, (우) 조광진 작가 웹툰 기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신과 인간의 운명에 대해 다루는 사후세계 판타지 영화 ‘신과 함께’, 올해 3월 색다른 스토리라인과 함께 많은 인기를 얻고 종영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두 작품의 공통점은 이미 인기를 얻었던 웹툰이 2차 창작된 작품이라는 점과 큰 흥행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영화와 드라마 뿐만 아니라 게임, 스토어 상품 등 기존에 흥행한 원작들의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이하 IP)을 활용하여 인기를 얻고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사례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
IP란 인간의 창조적 활동 또는 경험 등을 통해 창출하거나 발견한 지식·정보·기술이나 표현, 표시 그 밖에 무형적인 것으로서 재산적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지적창작물에 부여된 재산에 관한 권리를 말한다. 문화유산부터 첨단 기술까지 지식재산의 범위는 다양하며, 최근에는 문화콘텐츠 분야가 IP 관련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스토리와 세계관을 유지하기에 웹툰이나 소설 등에서 이미 확보되어 있는 팬덤을 고객으로 유입시키기 쉽고, 원작과 2차 창작물 속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는 등 수익모델을 다각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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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2020년 9월 23일 개봉예정인 영화 ‘승리호’ 포스터

2010년 설립된 카카오페이지는 IP 중요성과 잠재력을 더 크게 인식하고 사업화를 진행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최근에는 한국 최초의 공상과학(SF) 콘텐츠 ‘승리호’를 필두로 ‘웹툰 사업자’를 넘어 ‘IP 비즈니스 사업자’로 탈바꿈하며 ‘IP 유니버스’ 구축에 도전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 측은 “우리의 목표는 마블(MARVEL) 시리즈처럼 완고한 세계관과 캐릭터를 중심으로 꾸준히 스토리가 나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기존의 ‘아이피 비즈니스’가 웹툰(웹소설)을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하는 ‘2차 창작물’로 국한되었다면, 카카오페이지가 추구하는 ‘아이피 비즈니스’는 자사의 아이피는 물론, 직접 개발하지 않은 아이피라도 세계관이 탄탄하고 확장성이 있다면 기꺼이 투자하여 ‘아이피 유니버스(IP Universe)’를 만들어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등단하는 개인 창작자가 협상하기 힘든 대기업과의 IP 계약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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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양도 계약서에 도장 찍는 무명·신인 작가를 비유한 만화

앞선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 탄탄한 스토리와 참신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좋은 IP를 발굴하여 새로운 제품으로 재생산하는 것이 활발해지며, IP의 중요성과 가치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많은 수의 고객을 확보하기 용이한 큰 플랫폼과 전문 작화가 등이 함께 팀을 이뤄 더 좋은 작품을 조직적으로 생산함으로써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작품들도 대거 생산 중이다. 그렇기에 카카오페이지와 같이 큰 플랫폼에 스카웃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개인 창작자들이 많다. 하지만 개인 창작자가 대형 기업과 IP 양도 및 활용과 관련된 계약을 진행할 때, 작가 개인이 IP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고 대기업과 협상하기는 힘든 구조이다. 그 이유는 경제적으로 곤궁한 무명·신인 작가들은 창작물의 미래 수익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대기업이 제시하는 계약 조건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권 계약을 당사자간 자유에 맡기고 있기에 ‘갑의 횡포’를 막을 수 없다.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에 기업은 무명 또는 신인 창작자의 불리한 위치를 악용해 매절 계약을 악용하는 경우도 잦다.

제 2의 ‘구름빵’ 사태를 막기 위해 창작자는 계약 내용을 잘 이해해야 하며, 개인 창작자 권리 보호를 위한 법률 및 제도 마련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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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애니메이션으로 재생산된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

매절 계약 형태의 IP 계약으로 창작자가 노력 대비 수익을 얻지 못한 대표적 사례가 ‘구름빵’이다. ‘구름빵’은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트위터에 구름빵 이미지를 공유하며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기도 했다. 무명이던 백희나 작가는 2005년 한솔교육과 ‘저작인격권을 제외한 저작재산권 등 일체의 권리를 한솔교육에 양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2차 저작물 사용에 대한 모든 권리를 넘기는 매절 계약을 맺었다. 이후 ‘구름빵’은 큰 흥행을 이뤄 책은 40만권 이상이 팔렸고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으로도 제작돼 해외 8개국에 수출되면서 약 44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그러나 한솔교육과 맺은 계약 조건 때문에 창작자인 백 작가가 얻은 수익은 1850만원에 불과했다. 백작가는 이에 대한 소송을 재기했으나 1,2심 모두 패소하였고, 2020년 6월 대법원 판결에서도 최종 패소하며 어떠한 추가 수익도 얻지 못했다. 재판부는 “이 조항은 계약을 체결한 2003년 당시 백 씨가 신인 작가였던 점을 고려하면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적절히 분담하려는 측면도 있다”며 “따라서 백 씨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불공정한 법률행위라 무효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분야를 막론하고 저작물을 만들어내는 문화예술 저작자들이 이런 ‘합법적으로 불리한’ 계약 조건 앞에 서있는 경우는 숱하게 많다. 문화예술 분야의 숱한 공모전 요강을 보면 얼마 되지도 않는 상금에 수상작의 저작권은 모두 주최 측에 귀속된다는 조항을 걸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나마 한국 만화계는 옳지 않은 계약 조건을 내세웠던 업체들에 작가와 업계가 대응한 사례가 쌓여 있고 대표 단체인 한국만화가협회가 표준계약서를 제정하고 ‘만화웹툰 공정계약 가이드’를 내놓는 등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꾸준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 이처럼 개인 창작자의 IP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과 제도도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개인 창작자 본인이 스스로 생산한 IP를 보호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기 위해 계약서를 잘 검토하고 신중히 작성해야한다는 점이다. 불합리한 조건으로 계약이 성사되려 할 때 수긍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계약서에 적힌 용어가 낯설고 이해하기 어렵다면 서명을 하기 전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작은 목소리와 노력들이 모이면 상대적 불리한 위치에 서기 쉬운 개인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더 빨리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김두영 banana8881@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