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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REVIEW] 클럽하우스와 메타버스

March.2021 No Comment

필자는 설연휴쯤 친구에게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받아 이 앱을 아주 즐겁게 사용했다. 기존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와는 다른 클럽하우스를 시작한 첫 3일간 여러 대화방을 기웃거리며 때론 Speaker로 때론 Listener로 활동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팟캐스트처럼 오랜 기간 다수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자리매김한 SNS시장에서 새로이 떠오르는 이 클럽하우스라는 플랫폼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필자는 사용자들이 클럽하우스에서 메타버스를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 가공, 추상,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의 합성어로 가상 세계를 뜻한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오래전부터 쓰인 가상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지만 가상 세계를 일차원적으로 경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실 세계와는 별개의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사회적 관계를 맺고 경제활동을 하는 등 실제 세계의 인터렉션을 재현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흔히 ‘모여봐요. 동물의 숲’, ‘제페토’와 같은 게임이나 플랫폼을 대표적인 메타버스의 예시로 소개된다. 현재 상용 중인 플랫폼은 플레이어를 아바타로 표현할 수 있게 하며 숲이나 도시공간처럼 꾸며진 가상 공간을 사용자의 눈으로 확인하며 아바타를 이동시키거나 다른 아바타와 상호작용하는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메타버스가 구현된 플랫폼에서 사용자들은 ‘나’의 분신을 플랫폼상에 운영한다.
커뮤니케이션(소통)을 목적으로 형성된 메타버스 서비스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널리 사용되기 위해서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아야 한다. 이 때문에 메타버스 형성을 유도하는 SNS 서비스 회사들은 현실의 사용자를 가상 공간에 명확히 구현하고 트래킹하기 위한 그래픽 기술, 데이터 처리 기술, 초고속 통신망 기술들을 전방위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메타버스 형성을 유도하는 주류 SNS들은 사용자들간 인터랙션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modality로 소통 도구를 제공한다. 그러나 클럽하우스는 음성이라는 하나의 modality로만 사용자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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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가 현실 수준의 몰입감을 가지기 위해 여러 기술적 조건이 필요하다. 출처: 조선일보

“클럽하우스 사용자들은 제한된 기능으로 어떻게 메타버스를 재현하는가?”

클럽하우스는 여타의 플랫폼처럼 사용자들이 메타버스를 구현하도록 유도하지는 않는다. 되려 상당히 한정적인 기능만을 제공한다. 여러 장의 사진을 게시하는 기능은 없고, 텍스트 채팅도 할 수 없다. 음성만이 컨텐츠이다. 또한 대화를 아카이빙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실시간 인터랙션만 경험할 수 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콘텐츠의 공급과 수요가 비교적 쌍방적이다. 기존 SNS에서는 컨텐츠 생산에 다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했기에 컨텐츠 공급자와 수요자가 명확히 나뉘었던 반면, 클럽하우스는 콘텐츠 생산에 많은 노력이 들지 않기에 적극적인 인터랙션이 가능했다 클럽하우스에서 누구나 부담없이 어떤 주제로든 대화방을 개설하고 참여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진지한 직무 이야기를 하는 방도 있었지만, 책이나 영화리뷰와 같은 소소한 취미를 공유하는 방도 있었다.
필자가 아주 흥미롭게 목격한 것은 사람들이 밤에는 성대모사 방, 리코더 연주를 하는 방, 북한말 사투리 방* 등에서 유쾌한 유머를 나누다가 낮이 되면 프로페셔널한 직무 이야기로 토론을 하는 모습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 다른 대화방에서 기업의 경영 전략을 피력하던 기업의 매니저도, 세미나를 진행하던 교수도 밤이 되면 사회적 지위를 벗어 던지고 우스꽝스러운 프로필 사진을 걸어 성대모사를 하거나, 어리숙한 실력으로 리코더 연주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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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선거유세를 하는 조 바이든. 출처: Fashion Post

클럽하우스의 개발자들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클럽하우스는 사용자의 다른 페르소나를 뽐내거나 벗기에 적절했기에 메타버스가 만들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다시 말해 클럽하우스는 방마다 목적과 주제가 명확하기에 사용자가 멀티 페르소나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기술이 집약된 거창한 아바타를 만들지 않아도, 값비싼 디바이스가 없어도, 초고속 통신망이 없어도 클럽하우스에서는 대화방에 따라 멀티 페르소나를 드러내며 각기 다른 취향, 개성을 뽐냈다. 이렇듯 클럽하우스의 서로 다른 겹의 대화방이 작은 세상이 되어 메타버스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메타버스의 창조를 꿈꾸는 많은 기업은 사용자와 꼭 닮은 아바타를 만들거나, 현실감 구현을 위한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초실감을 위한 아바타, 디스플레이 및 센서 기술뿐 아니라 잠재적 사용자가 멀티 페르소나를 드러내도록 유도하는 플랫폼의 구조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것은 아닐까?

* 당시 북한 사투리를 연습하고, 따라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이용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나고 그 불편함을 이해한다. 하지만, 나이와 사회적 지위를 초월한 그 방의 이용자들이 공유한 연대는 경이로웠다.
** 페르소나는 원래의 나의 모습과 사회적인 나 사이 어딘가를 의미한다. 고교 동창과 대화하는 나, 부모님과 대화하는 나, 학교 수업을 듣는 나 간에 차이가 있듯 집단으로 살아가는 인간은 드러내는 겉모습을 수시로 번갈아 바꿔가며 살아간다.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이 제시한 이론인 페르소나는 사회적 인습과 전통의 요구에 부응하여 채택한 공적인 얼굴이다.

참고자료:
https://blog.naver.com/silverline1018/222196540460
https://brunch.co.kr/@gamification/63
https://www.smlounge.co.kr/arena/article/46770

김채원(chaewon@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