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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Opinion] 양자 컴퓨팅 – 가장 작고, 가장 근본적인 변혁

August.2022 No Comment

“젠장맞게도, 자연은 고전적이지 않다. 당신이 자연을 시뮬레이션하고 싶다면 양자역학적으로 하는 게 좋을 것이다.”

1981년, <계산의 물리학(Physics of Computation)> 학회에서 리처드 파인만이 한 말이다. MIT와 IBM이 개최한 이 학회에는 프리먼 다이슨, 롤프 란다우어, 그레고리 채이틴, 존 휠러 등 누구나 들어봤을 만한 유명 전산학자와 물리학자가 모여 있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파인만을 비롯한 과학자들은 고전 컴퓨터의 한계를 지목하며, 양자역학에 기반한 컴퓨터를 논했다.

[그림 1] 리처드 파인만은 양자 컴퓨터를 고안한 초기 과학자 중 한 사람이다. (사진출처=Medium)

[그림 1] 리처드 파인만은 양자 컴퓨터를 고안한 초기 과학자 중 한 사람이다. (사진출처=Medium)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지금, ‘양자 컴퓨터(Quantum Computer)’는 과학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쯤 들어 봤을 단어가 되었다. 세계 주요국들은 양자 컴퓨터 개발을 위해 막대한 연구역량을 투자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정부 역시 ‘양자’를 10대 필수전략기술로 선정하고 중장기적인 투자를 해나갈 전망이다. 하지만 ‘양자 컴퓨팅’이라는 개념의 난해함과 인기가 맞물려, 막연한 환상을 불러일으키기 쉬운 단어이기도 하다. 본 기사에서는 양자 컴퓨팅의 개념과 그 발전에 대해 간단히 다뤄보고자 한다.

양자 컴퓨팅이란?

양자 컴퓨터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고전 컴퓨터가 무엇인지를 되짚어보자. ‘컴퓨터(computer)’는 말 그대로 계산(computation)을 하는 기계다. 일상적으로 쓰이지는 않지만 ‘전산기(電算機)’라고 번역하기도 하는데, 역시 ‘전자 회로를 이용해 계산하는 기계’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계산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합으로 실행된다.

고전적인 컴퓨터에서 정보의 기본 단위는 비트(bit)이다. 여기서 비트는 binary digit의 줄임말인데, 이름에서 보이듯 하나의 비트는 0 또는 1의 이진값을 가진다. 따라서 고전 컴퓨터의 하드웨어는 전기를 이용해 물리적으로 구현된 비트와, 이들 사이의 불 함수(Boolean function)를 실행할 때 사용할 논리 게이트(Logic gate)로 이루어진다. 이런 비트와 논리 게이트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시사항이 알고리즘이다. 컴퓨터는 알고리즘에 따라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비트와 논리 게이트를 이용해 계산을 한다. 이 도식을 양자 컴퓨터에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 역시 양자 정보의 단위인 ‘큐비트(Qubit)’를 물리적으로 구현한 장치와, 이 큐비트 사이의 함수를 나타내는 논리 게이트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런 물리적 장치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지시사항이 주어지면 – 즉, 양자 알고리즘이 주어지면 –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와 논리 게이트를 이용해 계산을 한다.

[그림 2] 큰 틀에서 봤을 때, 고전 컴퓨터와 양자 컴퓨터의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둘의 차이는 큐비트가 비트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그림 2] 큰 틀에서 봤을 때, 고전 컴퓨터와 양자 컴퓨터의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둘의 차이는 큐비트가 비트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이런 면에서 고전 컴퓨터와 양자 컴퓨터는 비슷해 보이지만 둘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고전적인 비트에서 보이지 않지만, 큐비트에서는 나타나는 성질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중첩(superposition)’이 있다. 0 또는 1의 이진값을 가지는 비트와 달리, 큐비트는 ‘중첩’이라는 상태를 통해 0~1 사이의 값을 가질 수 있다. 두 개 이상의 큐비트가 상관관계를 가지는 ‘얽힘(entanglement)’ 역시 큐비트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다.

특정 문제의 경우, 위에서 말한 큐비트의 성질을 이용하면 훨씬 빠르게 풀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암호학 분야이다. RSA와 같은 암호화 알고리즘은 소인수 분해를 기반으로 하는데, 고전 컴퓨터를 이용하는 경우 n비트의 숫자를 소인수 분해하는 데 exp(n^(1/3))에 비례하는 연산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쇼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의 경우, n^3의 복잡도를 가진다. n이 늘어남에 따라, 둘의 연산량은 큰 수준의 차이를 보인다. 이 외에도 기계학습, 최적화, 양자 시뮬레이션 등의 분야에서 양자 컴퓨팅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3]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IT 기업에서는 양자 컴퓨팅을 클라우드 컴퓨팅의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사진출처=IBM)

[그림 3]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IT 기업에서는 양자 컴퓨팅을 클라우드 컴퓨팅의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사진출처=IBM)

여러 연구소와 IT 기업들은 양자 컴퓨팅이 정보기술을 크게 바꿔 놓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들은 단순히 양자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대표적인 기업이 IBM이다. IBM은 양자 컴퓨팅을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하는 한편, Qiskit과 같은 툴킷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자사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Azure에서 양자 컴퓨팅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양자 컴퓨팅의 현황은 여러 광고 문구들이 말하는 것만큼 성공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최근 MIT Technology Review에는 ‘양자컴퓨팅이 정말 우리의 미래를 바꿔줄까?’라는 컬럼이 실렸다. 이 컬럼은 양자 컴퓨팅을 주제로 100편이 넘는 논문을 쓴 산카르 다스 사르마 교수가 쓴 것이다. 이 컬럼을 인용하며 본 기사를 끝마치고자 한다.

‘항공 업계가 라이트 형제에서부터 점보제트까지 발전하는 데 6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지금 던질 수 있는 질문은, 현재의 양자컴퓨팅은 어느 정도 단계에 도달했을까 하는 것이다. 1903년의 라이트 형제 수준일까? 1940년대에 첫 제트기가 등장했을 때 정도일까? 어쩌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비행기를 구상했던 16C에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잘 모르겠다. 아마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덧. 성균관대학교의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에서는 IBM의 Q를 원격으로 체험하는 클라우드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KAIST 역시 그 지원 대상 중 하나로 소정의 절차를 거쳐 127 큐비트의 양자 프로세서를 탑재한 양자 컴퓨터 백엔드를 제공받을 수 있다. 본인의 연구 분야에 양자 컴퓨팅이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한번 지원해보는 것이 어떨까? 자세한 내용은 KAIST 포탈 공지사항(링크)을 참조하면 된다.

 

남궁민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