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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Review] 문화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장소 기반(place-based) 경험의 확장 – 유네스코 백제역사유적지구 백제왕궁박물관을 중심으로

August.2022 No Comment

공주·부여·익산 지역의 연속유산으로 구성된 백제역사유적지구(Baekje Historic Areas)는 백제의 종교, 성곽 건축기법, 고분과 석탑의 예술미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백제 역사와 문화의 특출한 증거이자, 한·중·일 등 동아시아 삼국 고대 왕국들 사이의 상호교류 역사를 대표한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이에 2015년에 개최된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는 동 역사지구를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으로 등재하었다. 등재 이후 백제유적에 대한 가치가 재조명되고 관심이 확대됨에 따라, 역사·문화자원의 지속가능한 향유를 위하여 다양한 활용 전략이 논의되어왔다. 특히,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과 디지털화(Digitization)는 문화유산 향유 환경에도 큰 영향을 끼쳤으며, 그에 따른 새로운 활용 방법과 전략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박물관과 같은 문화기관들은 문화유적지를 대상으로 새로운 방문 경험과 해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정보통신 기술(ICT)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위치한 공주·부여·익산의 많은 국·공립, 시립박물관들 역시 기존 박물관과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자 2020년부터 2022년에 걸쳐 전시·체험 콘텐츠에 대한 전면적인 리모델링을 시행하였다. 이러한 작업은 특히 ‘소통’과 ‘연결’의 가치를 핵심으로 하는 ICT 기술을 활용한 신규 체험형 콘텐츠를 구축하고, 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 디자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에 재개관한 박물관에서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홀로그램,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 인공지능(AI), 위치기반정보 기술 등이 적용된 다양한 디지털 전시를 경험해볼 수 있게 되었다. 본 기사에서는 최근 콘텐츠 정비를 마친 익산 ‘백제왕궁박물관’의 다양한 체험 전시를 통해 방문객 경험을 확장하고, 질적으로 전환하는 문화유산 향유 현장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그림 1] 리모델링 완료된 백제왕궁박물관 (2022년 5월)

[그림 1] 리모델링 완료된 백제왕궁박물관 (2022년 5월)

왕궁리 5층 석탑이 위치한 왕궁리 유적지에 소재한 백제왕궁박물관(구. 왕궁리유적전시관)은, 지난 1년간 리모델링을 거쳐 올해 5월 IC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박물관으로 재개관되었다. 현재 시범운영 중인 왕궁박물관은 5개 전시 공간(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개방형수장고, 가상체험관, 발굴체험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백제 왕궁의 건축, 문화, 경관에 관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경우본 문화유적지가 보유한 문화자원과 그것의 역사·문화·사회적 가치를 방문객들과 향유하기 위해서는 박물관의 전통적인 전시 방법과는 다른 접근법이 요구된다. 유적지는 단일 문화재의 점(點)적 요소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그러한 요소들을 구성하는 면(面) 단위의 접근이 필요한 만큼 유적지가 보유한 다층적인 가치와 맥락을 총체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문자 경험 디자인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백제왕궁박물관의 새로운 체험 전시 공간인 《백제왕궁가상체험관》은 백제왕궁의 다양한 시·공간적 맥락에 종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방문객이 이해하기 쉽도록 조성되었다.

[그림 2] ICT로 피어나는 백제왕궁 정원 전경

[그림 2] ICT로 피어나는 백제왕궁 정원 전경

[그림 3] ICT로 피어나는 백제왕궁 정원 꽃 개화

[그림 3] ICT로 피어나는 백제왕궁 정원 꽃 개화

<ICT로 피어나는 백제 정원>(그림 2, 그림3)은 가상체험관에 조성된 디지털 정원으로 백제시대의 왕궁 정원의 아름다운 모습을 LED 실감영상, 홀로그램과 미디어 캔버스 등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과거 왕궁리 유적 발굴조사로 백제의 아름다운 정원과 백제인들의 뛰어나 조경기술이 알려졌고, 실제로 유적지를 방문하면 정원 관련 시설에 대한 고고학적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닌 방문객들이 발굴지를 통해 정원의 실체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리하여 ICT 기술을 활용하여 과거 백제왕궁 정원 시설을 재현한 백제정원 전시를 통해서 방문객들은 정원의 지형, 석조시설의 모습, 정원의 식생, 계절의 변화 등을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발굴 현장에서 발견된 정원 유물과 유구가 디지털 체험과도 연결될 수 있도록 실제로 물이 흐르는 정원의 모습을 함께 재현해 놓았다.

가상체험관에는 다양한 디지털 컨텐츠를 활용하여 백제왕궁의 건축과 왕궁 공간의 구성, 궁성의 생활 및 문화에 대해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인터랙션이 가능한 공간(그림4, 그림5, 그림6)도 조성해 놓았다. 미디어 캔버스와 IR 센서, 터치스크린 등을 활용하여 왕궁에서의 삶과 문화 그리고 생활을 테마로 왕궁의 밥상을 직접 차려볼 수 있으며, 화장실 문화도 체험해 볼 수 있다. 또한, 왕궁 건물 기단부와 같은 모형(그림 4)을 직접 옮겨 볼 수 있는 체험활동을 통해, 왕궁리 고고학 유적지에 남아 있는 대형건물지의 과거의 모습인 건물의 구조와 배치를 이해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왕궁리 유적에서는 공방(예. 유리와 금 생산)과 생활 관련 시설들(예. 대형 화장실)이 발견되었고, 왕궁의 담장과 석축 등의 발굴을 통해 왕궁의 규모와 형태, 공간 계획 등이 알려지기도 하였다. 앞서 살펴본 정원과 마찬가지로 고고학 발굴지를 통해 과거 왕궁의 모습을 공감각적으로 느끼고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체험형 전시와 공간을 통해 관람객들은 더욱더 쉽게 문화유적지 경험을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림 4] 왕궁 건설하기

[그림 4] 왕궁 건설하기

[그림 5] 익산 왕도 돌아보기 – VR 체험

[그림 5] 익산 왕도 돌아보기 – VR 체험

[그림 6] 왕궁의 생활상 체험 – 왕궁 부엌에서 밥상 차려보기

[그림 6] 왕궁의 생활상 체험 – 왕궁 부엌에서 밥상 차려보기

그뿐만 아니라 가상체험관 <무왕의 도시 잠을 깨다>(그림 7)와 같은 가상현실 게임으로 익산 백제와 백제왕궁의 모습을 체험해볼 수도 있다. 백제왕궁을 복원하기 위하여 왕궁리 유적 곳곳에 흩어져있는 유물을 찾는 게임 형식의 체험으로 첨단 기술을 통해 관람객이 왕궁을 부활시키고 역사 속의 인물인 ‘무왕’과 만날 수 있다. <홀로그램 아트 시어터>(그림 8)에서는 1400년 전 고도 익산 백제와 무왕과 관련된 이야기를 3차원 홀로그램 입체영상과 몰입감 있는 음향 효과로 감상할 수가 있다.

이러한 체험관 이외에 왕궁리유적과 유물을 설명하는 상설전시관이 있으며, 다양한 ICT 기술을 접목하여 왕궁의 궁성과 사찰, 문화, 생활에 관한 설명과 해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림 7] 가상체험관 –VR 게임

[그림 7] 가상체험관 –VR 게임

[그림 8] 3차원 홀로그램 입체 영상관

[그림 8] 3차원 홀로그램 입체 영상관

유적지가 보유한 문화자원의 맥락과 의미는 그 공간을 살아온 과거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고 변화해 온 것이다. 다양한 사회·문화·역사적 관계 속에서 이러한 의미 만들기(meaning-making)가 지속되고 중첩되면서 유적지의 ‘공간’은 ‘장소’로 변모한다. 따라서, 문화유적지를 오롯이 이해하고, 그것이 보유한 다각적인 가치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장소 기반(place-based)의 방문객 경험이 중요하다. 앞서 살펴본 체험 전시들은 개별 유물의 단편적인 역사성에 대한 설명에서 벗어나 고도 익산과 백제왕궁과의 관계된 다양한 문화 요소들(인물, 건축물, 생활, 환경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유적지의 ‘장소’에 더욱 가깝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ICT 기술과 디지털 미디어의 활용을 통해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인터렉티브한 공간과 감각을 만들어냄으로써 과거 시대의 현장성을 부활하고 강화하며, 이를 통해 장소 기반의 박물관 경험을 더욱 확장하고 질적으로 향상하고 있다.

참고로 백제왕궁박물관 이외에도 익산의 국립박물관과 국립어린이박물관은 ICT를 접목한 전시콘텐츠 리모델링을 완료하고 각각 2020년, 2022년에 재개관하였으며, 부여 정림사지 박물관도 디지털 체험형의 다양한 전시콘텐츠를 보강하여 2021년에 재개관하였다. 국립공주박물관 역시 2021년 디지털 실감 영상관을 개관하였다.

긴 장마에 이어 무더운 여름을 보내면서 더위로 지쳤을 때, 어디로 갈지 고민인 분들은 시원한 박물관으로 잠시 나들이를 떠나보는 것도 추천해본다. 문화기술과 접목된 다양한 박물관 전시 체험을 통해서 문화유산에 대해 새롭게 해석하고 느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심혜승 기자

[그림 1~8] 본 고의 필자